신문은 선생님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컴퓨터는 조금만"… 다짐 담은 손편지 전해보세요

입력 : 2015.05.07 03:07
내일은 5월 8일 어버이날이에요. 이즈음이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과 카드를 만드느라 분주해요. 카네이션은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방법을 따라 만들면 되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감사 편지는 매년 쓰는 것인데도 마냥 어렵고 낯이 간지럽지요. 그래서 연필을 쥐고 한참을 머뭇거리기도 하고, 썼다 지웠다 하며 애먼 지우개만 괴롭히기도 하죠. 만날 보는 부모님인데 왜 꼭 감사 편지로 내 마음을 전해야 할까요? 그리고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 또 무슨 말을 담아야 할까요?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웅진주니어 '우리 엄마 맞아요?'
만약 친구에게 내가 무척 아끼는 물건을 나눠 주었는데,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매번 당연한 것처럼 받아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기쁜 마음으로 나눠 주었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섭섭할 거예요. 부모님도 늘 기꺼운 마음으로 베풀어주시지만, 자식들이 이를 그저 당연하게 여긴다면 역시나 섭섭하시겠죠. 그런데 막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 하면 서로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인지 참 어색하고 쑥스러워요. 그러면 이번 어버이날 편지에는 으레 적었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가 아니라 부모님께 정말 전하고 싶었던 나만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보세요. 그러면 편지글을 이어나가는 것도 한결 수월하답니다.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못하고 꿀꺽 삼켜버렸던 마음을 편지에 조심스레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부모님께서 내가 아끼는 물건을 다 버리셔서 속상했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거예요. 지저분한 방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고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왜냐하면 아빠가 사주신 낡고 해진 인형에는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고, 엄마와 함께 나눠 먹었던 아이스크림 막대기에는 엄마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내가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부모님이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지 편지에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모님도 여러분과 함께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으실 거예요.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웅진주니어 '우리 엄마 맞아요?'
이번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부모님 잔소리를 떠올려보세요.'하지 말랬지?' '이제 컴퓨터 꺼!' '공부해야지!' 나를 아끼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잔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요. 이번 어버이날 편지에는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잔소리를 하나 골라서, 그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계획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컴퓨터는 주말에 딱 삼십분씩만 사용한다든지, 저녁 식사 전까지는 무조건 숙제를 마치겠다는 등 약속을 적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부모님이 무척이나 흐뭇해하며 좋아하실 거예요.

가족이라도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헤아리기 어려워요. 편지 쓰기는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거예요. 편지는 오랫동안 간직하며 생각날 때마다 다시 열어 볼 수 있어서 더욱 귀하고 특별하지요. 내 편지를 받고 기뻐하실 부모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만의 특별한 어버이날 감사 편지를 정성껏 써 보기를 바라요.


[부모님께]

자녀가 쓴 감사 편지를 읽고 난 다음에는 기쁨과 고마운 마음을 꼭 표현해주는 것이 좋아요. 자신의 진심이 전달되고,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아이들은 뿌듯함을 느끼죠. 앞으로 부모님께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될 거예요.

방민희 서울 관악초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