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지 마세요"

입력 : 2015.05.06 03:07

[65]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인종·종교 등 다름 인정 않고 특권의식 가득한 메이콤 마을
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명 쓰자 변호하는 아버지 본 어린 스카웃…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걸 배워요

작년 가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분신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평소 아파트 입주민 몇몇이 경비원에게 모욕감을 주는 폭언을 자주 한 데서 비롯됐다고 해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차별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일인지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지요. 그런데 이런 편견과 차별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에요.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저지르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죠. 그리고 이런 차별은 흔히 어른이 될수록 더 많이 저지르죠. 그만큼 차별에 더 무감각해지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죄책감 없이 어른에게 배운 그대로 차별적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되지요.

여기 그런 어른들의 세계에 의문을 던지는 한 소녀가 있어요. 미국 작가 하퍼 리(1926~ )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스카웃은 여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 자신이 3년 동안 겪은 마을 사람들을 통해 어른 세계에서 벌어진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깨닫고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죠.

[책으로 보는 세상]
/그림=이병익
이 작품은 1930년대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메이콤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을 그린 이야기예요. 이 당시 미국은 경제 대공항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던 터라 인종차별은 물론 빈부격차 역시 심각했죠.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흑인 차별뿐만 아니라 자신들 백인 사회 안에서도 생활 방식이나 가문, 종교, 지위 등을 기준으로 공공연하게 배척하고 무시하며 자신들의 우월성을 드러내죠.

"고모는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주면 왕비다운 특권을 행사하려고 들었다. (…) 고모는 기회만 있으면 다른 집안 사람들의 결점을 그냥 넘겨버리는 법이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 집안의 영광은 더욱 빛이 났다. (…) 물론 메이콤에도 계급 조직이 있었지만 내가 알기로는 이런 식으로 작용했다. (…) '크로포드네 사람들은 남 참견을 잘한다'느니 '메리웨더네 사람들은 3대마다 한 사람씩 환자가 있다'느니 '델러필드네 사람들에게 진실이란 없다'느니 '뷰포드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모양'이라느니 하는 말이 일상생활의 안내판 구실을 했다."

스카웃의 눈으로 본 어른 세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스카웃이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주고, 누구에게도 특권을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선생님은 "독일의 히틀러와 달리 미국은 누구도 박해하는 것을 믿지 않으며, 박해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한테서 나온다"고 말씀하셨지만, 마을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흑인을 박해하고 차별해요.

마을 사람들은 백인들이 억울한 누명을 씌운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은 스카웃의 아버지에게 "흑인을 도와주는 사람은 쓰레기 같은 깜둥이들보다 나을 게 없다"면서 폭언을 퍼붓고 협박해요. 게다가 아버지의 완벽한 변호에도 백인으로 이뤄진 배심원들은 톰이 흑인인 주제에 감히 백인을 동정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죠.

사람이 사람을 동정하고 위로하는 것이 죄라는 그들의 논리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오만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사형선고를 받은 톰은 흑인에게 그 어떤 기회나 희망은 사치라는 것을 잘 알기에 도주를 시도하지만 결국 보안관의 총격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요. 백인들의 추악한 위선과 차별이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어쩌면 우리 역시 메이콤 마을의 백인 어른들처럼 편협한 자신들만의 논리로 서로를 경멸하고 차별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스카웃은 이성과 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버지에게서 어른이 갖춰야 할 자세를 깨달아요.

"내 생각으로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을 뿐이야. 그냥 사람들 말이지. (…)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이야기

'마이 리틀 히어로'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영광'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 좌절과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예요. 아버지가 가출하고 나서 의류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사는 영광이는 뮤지컬 아역배우를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요. 어렸을 때부터 무용 학원 등을 다니며 넉넉한 지원을 받는 다른 참가자와 달리 영광이는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연습을 통해 결승까지 진출하죠. 하지만 뮤지컬 제작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영광이에게 결승 진출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죠. 영화는 사람의 가치를 피부색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똑똑히 보여줘요.

우리는 흔히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하지만 가장 실천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해요. 이기적인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관용과 존중을 실천할 때, 이 사회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에요.


[함께 생각해봐요]

스카웃은 오빠에게 "히틀러를 그토록 끔찍하게 미워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바로 자기 나라 사람에 대해서는 비열하게 대할 수 있느냔 말이야"라면서 화를 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많이 일어나지요. 여러분도 혹시 이런 면이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세요.

조승희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