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리더] 합리론과 경험론을 비판하며 새로운 이성론을 완성하다

입력 : 2015.04.30 03:07

[63] 이마누엘 칸트

이성을 연구해 근대 철학을 새롭게 정립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모습이에요.
이성을 연구해 근대 철학을 새롭게 정립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모습이에요. 그는 교회의 권위에 바탕을 둔 구시대의 권위를 깨고 인간의 능력을 강조했죠. /위키피디아
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 서양철학사에서 큰 획을 그은 철학자예요. '서양 철학은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칸트는 어릴 때부터 키가 작고 몸이 허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규칙적인 생활과 엄격한 시간 관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졌죠. 기상 시간, 산책 시간, 홍차 마시는 시간, 책을 쓰는 시간 등을 모두 정해 놓고 지킬 정도였죠. 이렇게 어려서부터 몸에 밴 정직함과 성실함은 칸트를 모범생으로 만들었어요.

대학 졸업 후 그는 가정교사 일을 하며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어요. 강사 생활을 하다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자신이 졸업한 쾨니히스베르크 대학교의 교수로 임명됐죠.

칸트가 가장 관심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이에요.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던 칸트는 인간의 이성에 대해 연구하죠. 당시 철학자들은 인간의 '이성'을 굳게 믿고 있었어요. 이성이란 인간을 동물과 구분해주는 능력이라 할 수 있죠.

이성은 우리가 사물을 옳게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해줘요. 그때까지 학자들은 이성의 능력을 굳게 믿었고, 이성으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신의 존재처럼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부분도 이성으로 밝혀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우리가 죽고 난 뒤의 세계까지도 알 수 있다고 여긴 거예요. 단, 여기서 '진리를 아는 방법'에 대해 차이가 생기는데, '합리론'은 인간의 순수하고 논리적인 생각을 통해 진리를 알 수 있다고 본다면 '경험론'은 실험과 관찰을 통한 경험에 의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죠.

합리론과 경험론은 칸트가 활약하기 이전, 서양철학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었죠. 하지만 칸트는 이것에 의문을 품고, 이 주제에 매달렸어요. 결국 오랜 연구 끝에 세상을 바꿀 만한 결과물을 내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순수 이성 비판'이라는 책이에요.

우리는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이성을 가진 존재'라고 믿어요. 하지만 인간이 이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죠.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이성의 한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칸트는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는 세상은 이성으로 통하는 과학으로 밝힐 수 있는 것과 과학이 밝힐 수 없는 것으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신의 세계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봤어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경험론과 합리론을 종합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죠.

칸트는 인간은 이성의 능력은 본래부터 갖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경험으로 얻을 수밖에 없다고 봤어요. 따라서 인간은 경험을 기초 재료로 삼지만, 경험과는 상관없이 타고난 이성적인 능력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신의 세계는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인 세계가 아니라고 여겼죠.

하지만 '순수 이성 비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어요. 8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또 책의 내용 중 '신'을 언급한 부분에서 종종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칸트는 이성으로는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을 '신이 없다'라는 말로 오해한 교회의 미움을 사고 말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 이성 비판'은 학자라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책이 됐고, 칸트의 이름도 널리 알려지게 됐어요. 이후 칸트는 '실천 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 등을 차례로 펴내며 철학계의 거장으로 우뚝 섰답니다.


[1분 상식] '실천 이성 비판' 등에서 칸트가 강조한 도덕 법칙이란 무엇인가?

칸트는 우리 안에 있는 절대적인 도덕 법칙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에게 있어 선한 행위란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 법칙을 따르는 것이에요. 칸트는 '저 사람을 돕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불쌍하니까 저 사람을 도와야 할까' 이렇게 이것저것 재고 고민하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칸트는 본인의 이익이나 쾌락을 따지지 않고 도덕적인 의무에 따라야 한다고 여겼거든요.

박영진 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