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 학교 이야기] 북한 학교에도 학교폭력… 왕따를 '모서리'라고 부른대요

입력 : 2015.04.28 03:06
요즘 TV나 인터넷을 통해 학교 폭력, 왕따란 말을 자주 듣게 돼요. 그렇다면 북한에도 학교 폭력이나 왕따가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에도 학교 폭력이 있어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북한에 학교 폭력이 없거나 적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에 보도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기 때문이죠. 뉴스를 통해 알려져야 사회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데, 북한 언론 특성상 이런 비행들은 절대 보도되지 않아요.

폭력의 형태는 남이나 북이나 비슷해요. 주먹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구타하거나 여럿이서 한 명을 구타하기도 하죠. 또 선생님이 학생을 구타하는 등 다양한 신체적 폭력이 있죠.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인민학교 학생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어요.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인민학교 학생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어요.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학교 폭력, 왕따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있대요. 과거에는 일부 힘센 학생끼리 싸웠다면, 최근에는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최순호 기자
북한에서는 왕따라 하지 않고 몰아주기 혹은 모서리라고 해요. 모서리란 말은 구석진 곳을 의미하죠. 피할 데 없는 구석에 몰아넣고 신체적 폭력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한다는 뜻이지요.

요즘 북한에서는 폭력과 왕따가 더 심해졌어요. 이전에는 일부 주먹 센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서로 싸웠다면 최근에는 개별적 학생들에 의한 폭력과 집단 따돌림으로 나타나고 있죠. 주된 이유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북한에서는 거의 모든 학교를 국가가 운영하는데, 나라 경제가 어렵다 보니 학교 운영에 필요한 돈을 국가 예산에서 줄 수가 없죠. 그러니 학교 스스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교실의 책걸상도 개별적으로 부담하고, 겨울 난방용 땔감도 학급별로 해결하죠. 종종 학생들이 빈병 수거, 폐휴지 수집 등도 해서 예산을 마련하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지워진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 몫이 된답니다. 부모가 힘 있고 능력 있는 경우, 학교에서 요구하는 물건을 제때 잘 낼 수 있어요. 반면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물건을 제때 내지 못해요. 그렇게 되면 다른 학생들의 눈총을 받게 되고 '너 때문에 우리 학급이 과제를 못 했잖아?' '너 때문에 우리 학급이 꼴찌를 했잖아?' 등 비난과 질타를 받게 돼요. 자연히 이런 학생들은 남의 눈치를 보고 점점 소심해지게 되죠.

이는 성적과도 관계돼요. 대부분 북한 학교에서는 매월 학과목 경연을 진행하고 학급별 순위와 학생의 성적을 공개해요. 여기서 잘사는 집 애들은 개별 지도(과외)를 받아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개별 학생의 성적이 낮으면 전체 학급 순위가 뒤처지죠. 이렇게 되면 성적이 낮은 학생은 선생님과 반 친구들의 눈총을 받고 비판 무대에 서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자신감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학교 가기를 싫어하게 돼요. 방황하다가 비행 청소년이 되기도 하고요. 일부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을 잘 내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칭찬하고 예뻐하지만, 집안이 어려워 물건을 내지 못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곤 해요. 심지어 노동을 할 때,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게 힘든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죠.

북한 학교에선 선생님이 누굴 예뻐하고 미워하는가에 따라 모범 학생과 불량 학생으로 나뉘고 이는 왕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답니다.


정명호 전(前)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
감수=김명성 정치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