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유산 탐방] 도시 키예프의 대표 건축물, 그리스정교·비잔티움 문화 융합돼 있대요

입력 : 2015.04.22 03:08

[15] 키예프 성 소피아 대성당

러시아와 갈등을 겪는 우크라이나의 소식이 신문의 국제면에 자주 나와요.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시아 세력과 친정부 세력 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러시아군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죠. 러시아는 반정부군의 세력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거의 강제로 병합했어요. 두 나라는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총성이 멎지 않고 있답니다. 동유럽에 속한 우크라이나는 북동쪽은 러시아, 서쪽은 폴란드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흑해와 인접해 있어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동유럽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예요. 9세기경 키예프를 중심으로 형성된 키예프 공국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뿌리라고 할 수 있어요. 988년 블라디미르 1세가 비잔티움 제국 황제의 여동생과 결혼하고, 그리스정교와 비잔티움 문화를 받아들이며 키예프 공국은 중세 유럽에서 가장 큰 세력을 떨쳤답니다. 하지만 13세기 이후 우크라이나의 여러 지역은 타타르족을 시작으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왕국, 러시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의 지배를 연이어 받았어요. 이후 1922년에 소련(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회원국이 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해 오늘에 이르렀답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성 소피아 대성당은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과 견줄 만한 건축물로 꼽혀요. 11세기에 비잔티움 양식에 따라 지어졌다가 이후 바로크양식으로 고쳐 지었죠. 성당 내부에는 다양한 그림과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성 소피아 대성당은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과 견줄 만한 건축물로 꼽혀요. 11세기에 비잔티움 양식에 따라 지어졌다가 이후 바로크양식으로 고쳐 지었죠. 성당 내부에는 다양한 그림과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요. /Corbis 토픽이미지
키예프가 그리스정교를 받아들인 다음,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은 그리스정교와 비잔티움 문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며 발전했어요. 그 중심이 키예프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키예프 성 소피아 대성당과 수도원 건물들이에요.

11세기에 지어진 '키예프 성 소피아 대성당'은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의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대성당을 모델로 삼아 지은 것이죠. 비잔티움 양식에 따라 돔 모양의 지붕을 올려놓았는데, 금박을 입힌 큰 지붕과 12개의 작은 지붕은 예수와 12명의 제자를 상징해요. 특히 300만 개가 넘는 색유리로 만든 '기도하는 성모'는 정복지의 문화를 파괴하기로 유명한 타타르족조차도 그 성스러움에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고 하죠. 이후 17세기에 성당을 바로크양식으로 크게 고쳐 지어졌어요.

성당에서 멀지 않은 드네프르강 절벽의 언덕 위에는 거대한 지역에 걸쳐 동굴의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어요. 몇몇 수도사가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동굴을 파고 살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죠. 수도사들은 좁고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금욕적이며 엄격한 규칙에 따라 기도와 명상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수도사가 동굴에서 죽음을 맞았는데, 동굴 내부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시체가 부패하지 않고 그대로 미라가 됐어요. 이후 지하 통로는 수도사들의 무덤 터로 쓰이기 시작했죠. 오늘날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이뤄진 지하 동굴에서 미라 상태로 놓여 있는 과거의 수도사들을 볼 수 있어요.

성 소피아 대성당과 주변의 수도원 건물들은 동유럽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스러운 지역으로 여겨지며, 199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어요. 이들은 타국의 침략과 오랜 식민 통치를 받는 동안에도 그리스정교의 뿌리를 지켜온 의미 있는 곳이랍니다.


[1분 상식] '그리스정교'란 무엇인가요?

그리스정교는 로마 가톨릭교, 개신교와 함께 그리스도교의 3대 종파를 이루는 종교랍니다. 동로마 제국(비잔티움 제국)을 중심으로 발달했어요. 비잔티움 의식을 행하며 가톨릭과는 다른 독자적인 교리와 조직을 갖춰 갔죠. 11세기 이후 비잔티움 제국이 점점 쇠퇴하자 그 중심이 서서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지역으로 옮겨 와 동유럽의 종교와 문화의 기반이 됐답니다.

김양희 대교 눈높이제품개발실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