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우체국 상징, 왜 제비 모양일까
삼짇날마다 찾아오는 제비, 봄 알리듯이 소식 전하는 의미 있어
진흙·지푸라기로 튼튼한 집 짓고 집 재료 나르기 위해 1000번 이동
영리하고 끈기있는 동물로도 유명
오늘은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에요. 삼짇날은 우리나라의 명절 중 하나로, 완연하게 찾아온 봄을 기념하는 날이죠. 우리 조상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3이란 수를 매우 좋아했어요. 1을 양(남자), 2를 음(여자)이라고 했을 때, 3은 1과 2가 합해진 것으로 완전한 수라고 여겼지요. 삼짇날은 3이 겹친 날인 데다가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는 시기이므로 많은 사람이 활쏘기 대회, 각시놀음, 꽃놀이 등을 즐겼어요.
그런데 이날은 우리나라의 여름 철새인 제비와도 깊은 관련이 있어요. 제비는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따뜻한 강남(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이 위치한 동남아 지역) 지방으로 이동해 살다가 다시 봄이 되면 돌아와 번식 활동을 하는 새예요. 그 날짜가 각각 음력 9월 9일과 음력 3월 3일이었기 때문에 삼짇날을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로 부르기도 했답니다.
- ▲ 그림=정서용
제빗과에 속하는 제비는 종류가 약 81종에 달해요. 우리나라에 오는 제비는 제비, 귀제비, 갈색제비, 흰털발제비 등 4종류가 있죠. 여기서 제비와 귀제비는 몸의 크기나 생김새가 거의 흡사한데, 귀제비의 경우 앞가슴에 짙은 갈색의 세로 줄무늬가 있고 제비는 그것이 없지요. 제비의 상징은 V자 형태의 꼬리라고 할 수 있어요. 우체국의 심벌 마크를 보면 V자 형태로 갈라진 꼬리 모양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제비를 형상화했기 때문이지요. 우체국의 상징을 제비로 정한 이유는 제비가 날짜에 맞춰 봄소식을 전해주듯, 정확한 날짜에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제비 하면 집 짓기 실력이 빠질 수 없겠죠? 제비는 새 중에 가장 튼튼한 집을 짓는 것으로 유명해요. 보통 새들은 나무에 구멍을 파거나 집을 짓기 좋도록 기둥이 튼튼한 곳을 골라 재료를 얹고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제비는 진흙의 성질을 이용해 부착하는 방식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기둥이 없어도 상관없죠. 제비는 진흙만이 아니라, 지푸라기를 함께 섞어 사용해요. 이것은 두 재료를 혼합해서 더 좋은 성질을 나타내도록 한 일명 '복합 소재'와 같아요.
- ▲ 우체국의 심벌 마크는 제비를 본떠 만들었어요. 봄 소식을 전해주는 반가운 새인 제비처럼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죠. /박돈규 기자
흙에 짚을 섞으면 흙과 흙 사이를 당겨주는 역할을 해 흙이 부서지는 것을 막아주죠. 알고 보면 제비는 매우 발전한 건축 기술로 집을 짓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제비는 사발 모양의 둥지를 짓고, 귀제비는 드나들 정도의 출입구만 남기고 모두 막는 굴 형태의 둥지를 짓는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튼튼한 소재를 사용하는 건축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부지런함과 끈기 또한 제비의 상징이에요. 제비는 집을 지을 때 재료를 입으로 물어 나르기를 1000번가량이나 한다고 해요. 사람 입장에서는 건축 재료를 들고 1000번이나 이동하는 셈이니 정말 대단한 끈기가 아닐 수 없겠죠? 제비의 부지런함과 끈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제비가 알을 낳고 약 2주가 지나면 새끼가 태어나는데, 새끼를 키우는 동안 제비 부부는 새끼에게 하루 200회 이상 먹이를 물어 나른다고 해요. 사냥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새끼를 키우기 위해 쉬지 않고 나르는 것이지요. 그런 모성애가 강한 제비이지만 먹이를 줄 새끼를 고르는 일에는 무척 매정하다고 해요.
연구에 따르면 제비는 새끼의 입안 색깔이 더 밝고 선명한 주황색일 때, 우선으로 먹이를 준다고 해요. 실제로 병에 걸리거나 아픈 새끼의 입안 색깔은 노랑에 가까운 빛으로 바뀌는데, 이런 새끼에게는 어미가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해요. 그것은 천재지변이나 부모의 사고로 먹이 공급이 힘들어졌을 때를 대비해 생존 확률이 높은 새끼부터 우선으로 길러내기 위한 행동이라 보고 있어요.
제비에 대해 알고 보니 제비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런데 왜 우리는 최근 들어 제비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을까요? 사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제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도시에선 거의 볼 수 없게 됐죠. 그것은 개발로 인해 집의 형태가 변하고 농약 사용으로 그들의 먹이인 곤충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제비를 위해 발전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이익만을 위한 발전은 지양하는 것은 어떨까요? 수천 년을 우리와 함께 살아왔던 제비가 동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새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 조상은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과학적인 근거는 무엇일까요?
풀이: 비가 오기 전에는 저기압이 접근함에 따라 대기 중 습도가 증가하지요. 곤충의 날개는 매우 얇아 습도에도 쉽게 무거워져요. 따라서 공기 중에 습기가 많은 경우, 곤충은 높이 날지 못하게 되죠. 제비는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날에는 자연스레 낮게 날 수밖에 없는 것이랍니다.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동물의 한살이',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