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법 이야기] 또래의 잘못된 행동… 또래 친구가 직접 재판한답니다
입력 : 2015.04.21 03:07
"경찰에 잡혔을 때,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나요?"
"그날 이후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후회하고 있어요."
"물건은 왜 훔쳤나요? 혹시 친구가 아니라 본인이 갖고 싶었던 것 아니에요?"
"사실 저도 갖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여기는 실제 법정이에요. 친구와 물건을 훔치고 경찰에 발각된 여러분의 친구가 재판을 받고 있어요. 물어보는 사람은 누구냐고요? 판사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과 같은 친구들입니다. 바로 가정법원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참여법정'의 한 장면이랍니다.
혹시 국민참여재판이라고 들어 봤나요? 판사 대신 일반인들이 '배심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이 유죄인지, 유죄인 경우 형(刑)을 얼마나 선고할지 함께 판단하는 제도이지요. '청소년 참여법정'은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한 제도입니다. 학교를 통해 선정된 서울시내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한 사건에 5~9명씩 들어가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지 정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징역형 같은 무거운 처분은 포함되지 않아요. 잘못이 크지 않고, 그동안 범죄를 거의 저지르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처벌보다는 타이르고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지요.
- ▲ 서울가정법원이 지난 2010년 도입한 ‘청소년 참여법정’의 진행 모습이에요. 청소년들이 배심원이 돼 또래의 사건에 참여하는 제도로, 처벌보다는 타이르고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요. /오종찬 기자
참여인단은 약 45분간 열띤 토론과 다수결 표결 끝에 해당 청소년에게 내릴 처분을 건의했습니다. 잠시 후, 판사가 잘못을 저지른 친구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참여인단이 어떤 이유로 처분을 결정했는지 말씀해주셨죠. 그리고 △자기 관찰 보고서와 인생 설계도 작성(4시간) △후회하는 일,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적어 냉장고에 붙이기(4시간) △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2시간) 등 다섯 가지 과제를 내셨죠. 일정 기간 이 과제들을 잘하면 소년은 죄를 씻게 돼요. 본격적으로 재판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짓게 되죠.
여러분도 원할 경우 참여인단이 될 수 있어요. 학교에 신청하면 기준에 적합할 경우, 선발될 수 있죠. 또한 참여인단에는 앞의 청소년처럼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포함돼 있다고 하네요. 판단 대상이 범죄라기보다는 비교적 잘못 정도로 가벼운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참여하게 한다고 해요. 나와 같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판단하다 보면 과거에 내가 저지른 잘못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앞으로는 그렇게 안 해야겠다'는 생각도 더 강해지겠죠?
이처럼 어른이 아닌 청소년이 스스로 또래의 잘못에 대해 처분을 내리는 제도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마도 또래의 눈높이에서 앞으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