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밤하늘의 달, 오랫동안 여성 상징한 이유는?

입력 : 2015.04.17 03:07

해지면 풍성한 모습 드러내는 달… 부드러운 여성 성품 닮았다고 생각
늑대인간 전설에선 저주 상징… 때론 화합·평화 기원하는 도구로
예부터 다양한 상징성 때문에 상상력 자극하는 대상물 되었어요

해와 달은 낮과 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천체입니다. 해와 달은 서로 대조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 문화권의 신화와 전설에서 반대되는 한 쌍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대체로 해는 남편, 달은 부인, 해는 오빠, 달은 여동생으로 반영되곤 하죠.

영국 화가 이블린 드 모건은 신화 속에 나타난 달의 여성적 특성에 관심을 가졌어요. 작품 1에서 파란색 옷을 입은 금발의 여자가 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여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루나예요. 일명 셀레네로 불리지요. 신화에 의하면 루나는 태양신 헬리오스와 남매지간이에요. 헬리오스는 낮을 지배하고 루나는 밤을 지배하지요.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달은 여성을 상징해요.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달에 사는 선녀인 항아(일명 상아)도 여성이죠.

작품1~4.
고대인들은 왜 달이 여성적 특성을 가졌다고 믿었을까요? 그들은 달이 해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고 해가 내뿜는 빛을 반사해 빛난다고 생각했죠. 또한 해가 사라지면 풍성한 모습을 드러내는 점이 마치 부드럽고 조용한 성품의 여자와 닮았다고 봤어요. 또 달은 한 달에 한 번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의 순서로 모양이 변해요. 여성도 한 달에 한 번 생리하죠. 달이 차서 기우는 순환 주기와 여성의 생리 현상이 같은 주기로 반복을 거듭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고 믿게 됐던 거죠.

한편 독일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에게 달은 현실 세계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은은한 달빛이 바위와 풀, 나무를 비추는 고요한 밤. 두 남자가 숲 속 절벽 위에 서서 달을 보고 있는 작품 2를 보세요. 프리드리히가 달맞이하는 남자들이 등장하는 밤 풍경화를 그린 이유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대부분의 사람은 태양과 달, 은하계, 광대한 사막과 높은 산맥, 만년설, 빙하를 대하면 감동을 해요. 장엄하고 거룩하며 엄숙한 분위기에 젖어 그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죠. 특이한 포물선 구도를 선택한 것도 달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어요. 뿌리가 드러난 나무 두 그루가 그림 양쪽에서 달을 에워싸고 있죠? 포물선 구도 덕분에 달이 풍경화의 주인공이 됐어요. 그래서 두 남자의 눈과 마음으로 달을 보면서 감동에 젖게 됩니다.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달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낭만의 대상이지만 때로는 불안과 위협의 대상이 되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은 보름달이 뜬 밤에 까마귀 5마리가 세 가닥 전신줄에 내려앉은 모습을 작품 3에 담았어요. 언뜻 평화롭게 보이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군요. 미술평론가들은 그림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진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중섭 화가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40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요. 이 그림은 그의 비극적인 삶을 떠올리게 하죠. 그런데 불길한 느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까마귀와 보름달이에요.

까마귀는 몇몇 신화나 전설에서 태양의 화신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불안과 죽음을 상징해요. 보름달도 많은 문화권에서 인간의 내면에 깃든 어두운 본성과 연결 지어 해석되죠. 대표적인 예로 늑대인간의 전설을 들 수 있어요.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보름달이 뜨면 사나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죠. 보름달의 저주가 인간과 동물을 악하게 만든다는 전설은 달의 어두운 면을 말해주고 있어요.

재미 설치작가 강익중에게 달은 인류의 꿈과 소망을 의미해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물 위에 보름달이 떠 있는 작품 4를 보세요. 작품 속 달은 지름 15m의 커다란 인공 달이에요. 작품의 제목은 '꿈의 달'이죠. 왜 이렇게 제목을 지었을까요? 지구촌 어린이들의 꿈이 모여 인공 달이 만들어졌거든요. 강 작가는 세계 141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 인터넷을 통해 보내달라고 부탁했죠. 작품 속의 달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계 각국 어린이들이 보내온 꿈 그림들을 볼 수 있어요. 무려 12만6000여점의 그림을 이어 붙여 달 모양을 완성한 것이니까요. 이렇듯 '꿈의 달'은 인류의 평화, 화합, 소통을 달에 기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어때요? 미술 속 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달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알 것 같지요? 달을 관찰하고 싶은 욕구도 생길 거예요. 그래서 상상력과 호기심이야말로 예술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