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노동자는 삼각형, 성직자는 원… 모양별로 계급 나뉜 세상
입력 : 2015.04.15 03:08
[62] 에드윈 A 애벗 '플랫랜드'
점·선으로 이뤄진 플랫랜드… 신분 결정하는 모양 중요하게 여겨
비뚤어진 도형일수록 차별받아요
경직되고 억압된 세상에 변화 오자 계급 없애자는 폭동 일어났어요
작년에 크게 흥행한 영화 '인터스텔라'를 기억하나요? 지구 환경이 황폐화돼 전 세계가 식량 부족을 겪게 되자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으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죠. 특히 이 영화에서 화제가 됐던 장면은 주인공 쿠퍼가 우주 공간에서 얻은 데이터를 지구에 있는 딸 머피에게 전하는 것이었어요. 그는 5차원 공간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지켜보죠. 그러나 소리나 빛으로는 딸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없었어요. 결국 그는 중력을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죠. 여러분은 이 영화처럼 또 다른 차원의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플랫랜드'는 모든 것이 평평한 2차원 세상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평면도형이 살고 있죠. 집은 보통 오각형인데 북쪽으로 난 두 변이 지붕, 남쪽 변이 바닥 역할을 해요. 서쪽 아래로 난 변에는 남자들의 문이, 동쪽 아랫변에는 그보다 좁은 여자들의 문이 있어요. 플랫랜드의 여자들은 직선 형태이고 남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평면도형이기 때문에 문의 크기도 다르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남자들의 생김새는 곧 그의 신분을 의미해요.
'플랫랜드'는 모든 것이 평평한 2차원 세상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평면도형이 살고 있죠. 집은 보통 오각형인데 북쪽으로 난 두 변이 지붕, 남쪽 변이 바닥 역할을 해요. 서쪽 아래로 난 변에는 남자들의 문이, 동쪽 아랫변에는 그보다 좁은 여자들의 문이 있어요. 플랫랜드의 여자들은 직선 형태이고 남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평면도형이기 때문에 문의 크기도 다르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남자들의 생김새는 곧 그의 신분을 의미해요.
- ▲ /그림=이병익
플랫랜드가 2차원 평면의 세상이라면 그곳의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직선의 형태로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지 않나요? 플랫랜드는 늘 안개가 깔려 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일수록 희미하고 불투명하게 보였어요. 플랫랜드 사람들은 희미함과 투명함을 비교해 대상의 형태를 추론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귀족 계급은 좀 더 대상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시각인식법을 활용합니다. 이러한 기술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정교한 시각인식법을 터득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뿐이었죠.
#이야기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는 1924~1976년 우생학적 불임시술법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불임 시술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있었어요. 우생학이란 인류를 유전적으로 개량하기 위한 유전학의 한 분야로 19세기 말 영국의 골턴에 의해 생겨났죠. 그 후 여러 국가에서 유전적으로 우수한 국민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강제 불임이나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끔찍한 정책들을 시행하기도 했죠. 플랫랜드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타고난 형태가 신분을 결정하는 사회이다 보니 특정한 형태에서 벗어난 이들은 여러 가지 차별과 억압을 받죠.
몇몇 나라에서는 정상적인 각도로부터 0.5도 정도 어긋나 있는 어린이도 출생 단계에서 모두 없애 버린다고 합니다. 나는 그런 나라에서 채택되고 있는 극단적인 방법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략) 도형을 압축하고 확장하고 접합하고 이식하는 외과 수술에서의 눈부신 치료 성과 덕분에, 불규칙도형들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치료되었습니다. 따라서 중용의 입장을 취해서 나는 어떤 고착된 절대적인 구획선을 긋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도형의 틀이 막 짜이는 시점(출생 시점)에, 그리고 의료위원회에서 회복 불가능하다고 보고되는 시점에, 불규칙도형의 후손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자비롭게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 ▲ 플랫랜드의 작가 에드윈 A 애벗은 2차원 세상이라는 독특한 수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위키피디아
플랫랜드의 2부에서 주인공 사각형은 꿈속에서 라인랜드를 여행합니다. 라인랜드는 일차원의 선으로 이뤄진 세계로 반짝이는 작은 선과 점들이 앞뒤로만 단조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죠. 그들은 시야가 제한된 대신 소리와 청각을 통해 소통하죠. 주인공은 라인랜드의 왕에게 플랫랜드의 존재를 설명하고자 애썼지만 실패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3차원의 세계인 스페이스랜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높은 차원의 세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죠. 그는 이러한 사실을 플랫랜드의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해요. 과연 사각형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책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함께 생각해봐요]
이 책의 주인공은 2차원의 세계에서 시작해 1차원과 3차원, 그리고 그 이상의 세계까지 넘나들었어요. 이처럼 시공간의 차원을 넘나들며 생각하는 방식을 '차원적 사고'라고 합니다. 이러한 차원적 사고의 예는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