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 학교 이야기] 북에도 과외·학원식 '개별지도' 있어… 돈 있는 집에서만 몰래 해요
입력 : 2015.04.14 03:06
한국에 오니 '학원비' '선행 학습'이란 단어를 참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북한에도 학원이 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참 어려워요. 북한에는 법적으로 허용된 과외·학원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죠.
북한 거리에서는 과외·학원 간판이나 전단을 볼 수 없어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에도 과외·학원과 비슷한 게 있죠. 북한에서는 이를 개별 지도라 해요. 개별 지도를 우리는 흔히 일대일 과외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북한의 개별 지도는 일대일 형식도 있고, 여러 명(4~8명)을 모아놓고 하는 집체(단체) 방식도 있어요.
- ▲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학원이나 과외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나 2000년대가 지나 북한에서도 사교육이 불법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죠. 북한 정부는 여전히 그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영재 학교나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부잣집 자녀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어요. 개별 지도로 일한 돈으로 생계비를 벌려는 교사들이 이에 동참했기 때문이죠. /Getty Images/멀티비츠
북한식 개별 지도는 선생님들이 자기 집에 학생을 부르거나 학생 집에 찾아가서 해요. 북한에서는 개별 지도가 불법이에요. 현직 교사든 퇴직 교사든 돈을 받고 과외를 하면 절대 안 되죠.
만약 과외를 하다 적발되면 교사는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아요. 그러나 단속에도 불법적으로 개별 지도는 계속되고 있어요. 평양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에서 간부 집안의 자녀에 의해 시작된 개별 지도가 지금은 전국으로 퍼져 돈 있는 부모는 자존심을 걸고 아이에게 공부를 시켜요.
왜 그럴까요? 월급으로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힘든 교사들이 불법임에도 돈을 벌기 위해 개별 지도를 하기 때문이에요. 북한에서 교사는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에 속하지만, 북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몇 년 전부터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 교사가 늘어났죠. 이에 방과 후를 활용해 돈벌이에 나서는 선생님이 많아진 거예요. 북한의 교사중 일부는 달마다 학생을 개별 지도하고 받은 돈으로 쌀과 부식물을 사 생계를 유지한다고 해요.
북한의 부모 역시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한결같이 바라죠. 공부를 잘해 전교에서 상위권에 들고 명문 대학에 입학해 졸업 이후에는 노동당이나 검찰 등 권력 기관이나 돈을 잘 버는 무역 회사에서 근무하며 돈 걱정 없이 살기를 원해요. 이런 부모의 바람과 교사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개별 지도가 비밀리에 벌어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북한의 개별 지도 비용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없어요. 한국처럼 학원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거나 학원비를 공개하는 학원이 없기 때문이죠. 단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 가격만 있어 가늠할 뿐이에요. 초기엔 평양에서는 달러, 지방에서는 쌀을 과외비로 냈는데, 최근에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달러나 위안화를 사용한다고 해요. 과외비도 명문대 졸업생이거나 이름난 선생님이면 더 높지요.
분명한 것은 북한의 개별 지도는 한국처럼 대중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개별 지도비가 비싸기 때문에 돈 없는 집안에서는 과외받을 엄두를 내지 못해요. 돈 있는 집 자제들만 할 수 있답니다. 또한 한국처럼 과외 과목이 다양하지 않고 일부 학과목에 불과해요. 그것은 우선, 학교의 추천으로 대학에 가는 북한에서는 성적이 높아도 대학 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시험 방식도 단답형 주관식이 많아 일부 과목은 암기만 잘하면 되죠. 누구나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학원에 다니면서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다른 모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