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진으로 보는 세계] 상서로운 용모양·남자 얼굴 모양… 저마다 사연 담은 '망와'예요

입력 : 2015.04.13 03:06
왼쪽 사진 속 기왓장의 모습이 마치 만화 주인공 얼굴처럼 참 우습게 생겼죠? 네모난 얼굴, 동그란 눈, 오똑한 콧날을 보니 단번에 사람 얼굴이란 생각이 드네요. 과연 두 개의 얼굴 중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일까요?

정답은 오른쪽이 남자의 얼굴이에요. 네모난 얼굴 위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이 그 옛날 성인 남자들의 머리 모양인 상투를 본떴기 때문이지요. 흔히 기와라 하면 지붕 위에 올리는 편평하거나 둥근 모양의 것만을 생각하는데, 사진 속 기와들처럼 용마루 등 마루 끝을 장식하는 것도 있었어요. 이런 장식 기와를 '망와(望瓦)'라고 불러요.

(위)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본떠 만든 망와. (아래 왼쪽)달빛에 반사되는 눈과 이마를 가진 독특한 망와. (아래 오른쪽)지붕의 마루 끝을 장식했던 다양한 망와들.
(위)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본떠 만든 망와. (아래 왼쪽)달빛에 반사되는 눈과 이마를 가진 독특한 망와. (아래 오른쪽)지붕의 마루 끝을 장식했던 다양한 망와들. /한성필 사진작가
처음으로 망와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그 뿌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삼국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추정되고 있어요. 이후 고려시대에는 망와의 양식이 화려해졌고, 조선시대로 넘어와서는 유교와 불교, 토착 신앙이 한데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느낌의 망와가 등장했다고 해요.

조선시대에는 망와를 궁궐이나 서원뿐만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사용했어요. 조선시대 망와의 형태는 앞서 본 사람의 얼굴뿐만이 아닌 상서로운 용이나 동물상, 신선 같은 인물상, 혹은 괴상하게 생긴 모양 등 다양했죠.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문양을 새겨넣음으로써 단순한 지붕의 장식을 넘어 집안의 평안을 바라는 주술적인 목적까지 담았다고 해요.

가운데 사진을 보세요. 사진 속 뾰족한 머리를 하고 눈과 이마에 반짝이는 돌조각을 박아놓은 망와는 악귀의 침입을 막고 집안의 평화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어요. 집집이 서로 다른 염원으로 빚어진 망와 속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담겨 있지요.

아쉽게도 현재 이러한 망와는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 버렸어요. 현대 건축물들이 기와집을 대신했기 때문이죠. 남아 있는 것들은 많이 낡은 상태예요. 사라져 가는 망와 속에 숨겨진 다양한 사연을 들려주기 위해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보름산 미술관의 장정웅 관장은 지난 30여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수백 장의 망와를 수집하고 사진으로 담았다고 해요.

찾아보면 비단 보름산 미술관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우리의 멋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은 미술관이 많아요. 이번 주말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의 작은 미술관을 들러 과거 조상들의 생활상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옥선 용인 백현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