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하는 명화 색칠공부

천연 재료인 달걀 활용해 '비너스의 탄생' 그렸답니다

입력 : 2015.04.02 03:07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의 여신이야. 로마 이름으로는 베누스, 영어로는 비너스라고 부르지. 화가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명성에 걸맞게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시모네타를 모델로 '비너스의 탄생'을 그랬다고 해.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라는 뜻도 있어. 일단은 비누 거품으로 깨끗이 잘 씻어야 아름다워지는 거니까, 아름다움이 거품에서 오는 거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아름다움은 마치 거품처럼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 거야. 씻으면 사라지는 진한 화장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거지.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위키피디아
그런데 말이야, '비너스의 탄생'에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아니? 바로 달걀이란다. 달걀 모양을 미인의 얼굴형이라고 해서 그린 거냐고? 그건 아니고, 작품이 완성됐던 1485년쯤만 해도 아직 유화 물감이 발명되기 전이라 다양한 천연 재료가 그림에 쓰였어. 색깔 있는 돌을 곱게 갈거나, 식물에서 나는 진액 같은 것을 말려 얻은 색 가루를 달걀이나 벌꿀, 기름에 섞어서 그렸지. 이런 그리기 방식을 템페라(tempera)라고 해.

템페라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면 접착 성분이 있는 용매 때문에 당시 화면으로 많이 쓰이던 나무판이나 캔버스에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대. 그러니 그 과정이 좀 복잡하더라도 아름다움의 여신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 아주 적합한 방식이었겠지?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이 그림은 이탈리아 피렌체를 주름잡던 메디치 가문에서 주문한 건데, 당시 사람들은 비너스를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반영된 대상으로 봤어. 그러니까 비너스는 외면과 내면의 모든 아름다움이 인격화된 것이지.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가 외면과 내면이 모두 조화로운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그림을 원한 거야.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의 '모니카 비너스의 탄생'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의 '모니카 비너스의 탄생'
자, 이제 브라질 만화의 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가 그린 비너스를 따라 그려볼까? 섬세한 표현을 하려면 아크릴 물감이 좋을 것 같아. 아크릴 물감은 금방 마르니까 몇 가지 색을 덧바를 수 있지. 옛날 화가들처럼 달걀을 사용해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노른자에 물감을 넣고 섞어 발라봐. 색다른 느낌일거야.


황록주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