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교사의 북한 학교 이야기
붉은 스카프 매고, 의무적으로 정치 조직 생활하는 북한 학생들
입력 : 2015.03.31 03:07
TV에서 북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학생을 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북한 학생 하면 붉은 스카프를 떠올리죠. 그러나 영상이나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학생들은 목에 붉은 스카프를 하고 어떤 학생들은 하지 않았어요. 도대체 이 붉은 스카프는 무엇일까요?
붉은 스카프는 조선소년단(이하 '소년단')의 상징이에요. 다시 말해 '나는 이젠 소년단원이에요'하는 표현이나 다름없지요. 소년단원의 상징에는 붉은 스카프 외에 '소년단휘장'이라는 배지도 있어요. 횃불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가슴에 달고 다녀요. 붉은색 바탕으로 된 삼각 모양의 붉은 스카프는 노동자 계급의 혁명 전통을 상징해요.
- ▲ 집단을 앞세우는 북한은 어릴 때부터 학생에게 조직 생활을 시켜 ‘집단주의’가 몸에 배도록 하죠. 만 7세부터는 소년단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사진 속 아이들이 목에 두른 것은 소년단원임을 나타내는 붉은 스카프입니다. /조선중앙통신
의무적으로 가입한다고 해서 한날한시에 단체로 가입하는 것은 아니에요. 1차 입단은 소학교 2학년 2학기,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공부 잘하고 예절이 바른 학생들부터 심사를 거쳐 가입시켜요. 사전에 소년단 규약에 있는 소년단원의 의무와 권리, 입단 선서를 외워야 하죠. 소년단지도원 선생님과 학교 소년단 간부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을 평가받아요. 보통 학급 전체중 1/3가량이에요. 일찍 뽑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답니다.
2차 입단은 3학년 1학기가 시작하는 4월,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기준으로 해요. 마지막 입단은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로, 나머지 인원 전부 해당해요. 입단한 친구들은 학교 갈 때면 늘 목에 붉은 스카프를 둘러야 해요. 그리고 가슴엔 배지를 달죠. 만일 스카프를 목에 두르지 않고 학교에 갔다간 처벌을 받아요. 북한에서는 '획일성'을 강조하기 때문이에요. 틀에서 벗어난 경우를 인정하지 않죠.
우리로 치면 회장, 반장이 하는 일을 북한에서는 소년단 간부가 해요. 그렇다면 소년단 간부는 어떻게 선출할까요? 여러분의 반장 선거처럼 출마를 선언하고, 공약을 발표해 반 친구들이 투표하는 것과 달리 선생님이 모범 학생을 지명하면 학생들이 다수결 방법으로 선출한답니다. 선생님의 눈치를 자주 보겠지요?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답니다.
만약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목에 붉은 스카프를 안 둘렀다면 그것은 왜일까요? 이들은 소년단 생활을 마치고, 두 번째 정치 조직인 청년동맹에 가입한 학생이에요. 청년동맹엔 만 14세 학생부터 가입하는데, 소년단처럼 청년동맹도 몇 차례에 나눠 뽑아요. 그러니 1~2차에 뽑히지 못한 학생들은 목에 붉은 스카프를 계속 두르는 것을 창피해한답니다. 친구들보다 목에 붉은 스카프를 오래 두르고 있으면 공부와 학교생활을 못한다고 평가를 받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낙인'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나는 것보다 더 무서운 형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