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빙하 속 검은 구멍엔 미생물이 가득… '빙하벌레'의 먹이랍니다

입력 : 2015.03.23 03:22
빙하벌레 사진
/한성필 사진작가

지난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어요. 지구 상의 물은 세 가지 상태(고체·액체·기체)로 존재하죠. 상태 변화를 통해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면서 시시각각 날씨 변화를 일으켜 지구 내 생명체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왼쪽 사진을 보세요. 거대한 얼음 위로 푸른 강물이 흐르네요. 이곳은 아르헨티나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있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입니다. 이 빙하의 크기는 높이 60~80m, 길이는 약 30㎞로 안데스산맥의 칠레 국경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뻗어 있어요. 거대한 크기도 압권이지만 이 빙하는 마치 살아 있는 듯 하루 최대 2m씩 1년에 약 700m가량 파타고니아의 아르헨티노 호수로 밀려오고 있다고 해요.

모든 것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없을 듯한 이곳 빙하 위에서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어요. 사진 속 긴 더듬이를 가진 작은 곤충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크기가 대략 2~4㎝ 정도 되는 이 곤충은 일명 '빙하벌레'라고 불려요.

이곳 모레노 빙하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 알프스나 히말라야의 만년설 위에서도 추위에 적응한 곤충들을 볼 수 있답니다. 이 벌레들의 자세한 생활상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체액이 얼지 않게 몸속에서 특정한 화합물을 만들어 몸을 보호한다고 해요. 심지어 영하 약 15℃에서 35℃까지의 혹독한 추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니 빙하벌레의 생명력이 대단하죠?

거대한 빙하 사진
/한성필 사진작가
빙하벌레의 옆을 보세요. 물이 채워진 작은 원통형 구멍 속에 검은 물질이 쌓여 있는 것이 보이나요? 이 물질들은 바람에 의해 날아온 먼지나 토양 입자 또는 탄소가 불완전 연소해 생긴 검은 매연 등으로 눈이나 빙하 위에 쌓인 것이랍니다. 이것들은 색이 어둡기 때문에 주변보다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해 퇴적물 아래의 빙하를 빠르게 녹인다고 해요. 이것을 크라이요코나이트 구멍(Cryoconite hole)이라고 부르죠. 여름철에는 이 구멍 속 물에 박테리아나 조류 등과 같은 미생물이 번성해 빙하벌레와 같이 추위에 적응한 생명체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기도 한답니다. 겨울철이 돼 좁은 원통형 구멍의 공기층 위에 얇은 수막이 형성되면, 구멍 속 온도가 낮아지지 않아서 추운 날씨에도 이것이 얼어붙지 않는다고 해요. 이러한 빙하 위의 구멍들은 북극, 그린란드, 중위도의 산악 빙하와 남극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사진=한성필(사진작가) |
글=김옥선(용인 백현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