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풍년 빌던 '머슴날'… 바위를 번쩍 들면 진짜 어른 됐대요

입력 : 2015.03.19 03:06
달력을 이리저리 넘겨보면 온통 비슷한 숫자들만 가득한 것 같지만, 한 해에는 특별한 날이 보물처럼 숨어 있어요.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언제인가요? 한 살 더 먹고 덕담도 듣는 '설날', 모두로부터 축하를 받는 '생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처럼 신나는 날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옛날 머슴들은 음력 2월 초하루인 '머슴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렸대요. 머슴날은 도대체 어떤 날이었을까요?

옛 조상은 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예전에는 이앙기나 콤바인 등의 농기계가 없었기 때문에 쟁기나 용두레 등의 농기구를 가지고 사람이 직접 농사를 지었어요. 그래서 농사를 많이 지을수록 많은 일꾼, 즉 머슴이 꼭 필요했답니다. 머슴은 농사를 짓는 집에서 농사와 잡일을 도우면서 새경으로 돈이나 곡식을 받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머슴이 새경을 많이 받으려면 힘이 세야 하고 어른, 즉 온머슴으로 인정도 받아야만 했죠. 하지만 온머슴은 아무 때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머슴날이 돼야만 비로소 온머슴이 되는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답니다.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풍년 빌던 '머슴날'… 바위를 번쩍 들면 진짜 어른 됐대요
/웅진주니어 '으랏차차! 들돌 들어라'
머슴날은 겨우내 쉬었던 농사꾼들이 새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함께 놀며 마음을 모으는 날이에요. 이날 농사꾼들은 맛있는 음식과 술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죠.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풍물놀이를 하면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신나는 춤도 추었답니다. 또 마을의 들돌 앞에서 들돌제를 지냈어요. 들돌은 당산나무 아래의 둥글둥글하고 큼지막한 바윗덩어리인데 사람들은 이 들돌이 마을의 안녕과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풍년 들게 해준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이 들돌 앞에 물을 떠놓고, 한 해의 풍년과 복을 비는 제사를 지냈죠.

풍요로움과 흥겨움이 가득한 이날, 애머슴들은 들돌 들기라는 어른 되는 시험을 치렀어요. 그런데 들돌은 쌀 한 가마니만큼이나 무거워서 이것을 단번에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어요. 간신히 가슴팍까지 들었다가 뒤로 벌렁 나자빠지거나 머리 위로 추어올리다가 나동그라지기 일쑤였죠. 그래서 자기 차례가 되면 눈을 불끈, 이는 악물고 들돌에 집중했어요. 온갖 우렁찬 기합 소리, 거친 콧바람 소리를 들으며 마을 사람들도 모두 긴장을 했죠. 들돌이 '무릎 위' '가슴팍' '한쪽 어깨' '머리 위'의 단계를 거쳐 올라가면, 이 '들돌 들기'에 멋지게 성공한 거예요. 이렇게 성공한 애머슴은 이제 허드레 심부름꾼이 아니라 정식 농사꾼으로 인정받았답니다. 그러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돼 장가도 갈 수 있었죠.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른이 돼요. 하지만 나이를 많이 먹거나 몸이 커진다고 해서 누구나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애머슴들이 들돌 들기에서 온 힘과 정신력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듯이, 여러분도 어른이 되려면 어른으로서의 능력과 태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왜냐하면 어른이 되면 스스로 해내야 할 일도, 직접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일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부모님께]

자녀의 인격이 성장하는 시기에 부모의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 부모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훗날 자녀의 인성, 가치관, 도덕관 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자녀가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기를 기대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자녀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방민희 서울 관악초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