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교사의 북한 학교 이야기
4월에 새 학년… '집단주의' 강조해 졸업 때까지 학급·담임교사 똑같아요
입력 : 2015.03.17 03:03
새 학년이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어요. 새로운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나요? 오늘은 우리의 새 학년 풍경을 떠올리며 북한의 개교식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북한은 우리와 달리 4월에 새 학년이 시작돼요. 전(前) 학년도가 3월 20일쯤 마무리되고, 열흘 정도 새 학년 준비 기간을 가져요. 그러니 우리 어린이들이 새 학년도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3월 초에 북한 어린이들은 기말고사로 바쁘답니다. 북한에서는 초등학생 모두 기말고사를 치르는데, 갓 입학한 1학년도 예외가 아니에요. 아직도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학교에 갈 어린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기말고사를 치르는 모습이 상상이 되나요?
- ▲ 북한에서는 개교식이 끝나면 신입생들이 교실에 들어와 교장 선생님, 간부 선생님, 학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 학년 첫 수업을 들어요. 신입생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책을 읽고 있네요. /Corbis/토픽이미지
학년이 올라가면 새로운 반으로 이동하는 일도 없어요. 그 이유는 북한은 집단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이죠. 어려서부터 학급이라는 조직을 통해 집단주의 정신을 기르거든요. 그래서 학급을 하나의 완성된 조직체, 서로 똘똘 뭉친 작은 사회로 만들어간답니다.
여기서 잠깐, TV에서 교복을 입은 북한 학생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북한에서는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교복 디자인과 색깔이 같아요. 단지 사이즈만 다를 뿐이죠. 평양이든 지방이든,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같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근 김정은 체제는 조만간 다양한 디자인으로 교복을 바꿀 예정이라고 발표했어요. 교복은 북한 정부에서 공급해주는데 경제난으로 해마다 만들지 못해 신입생 중에는 교복을 입지 못하는 학생도 있죠.
개교식이 끝나면 모두 교실에 들어가 새 학년도 첫 수업을 들어요. 이때 간부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 수업 참관을 하죠. 그런데 이때도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져요.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손목을 잡고 서로 맨 앞자리에 앉히려고 경쟁을 치러요. 칠판 앞 첫 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듣는 모범생이 되라는 부모의 욕심 때문이지요. 자녀를 제일 앞자리에 앉히려고 아이의 손목을 잡아끄는 엄마들, 앞자리를 차지하라는 엄마의 눈짓에 쏜살같이 달려가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북한이나 우리나 비슷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