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콜라, 2차대전 미군 보급품이었대요
입력 : 2015.03.13 03:07
[일상식품이 된 전투식량]
미국에서 약용으로 만들어졌던 콜라… 2차대전 때 미군에게 인기 음료, 전쟁 끝난 후 전 세계에 퍼졌답니다
나폴레옹 군대가 먹은 병조림 음식… 오늘날 통조림·3분요리의 시초
톡 쏘는 짜릿함과 혀끝에 맴도는 청량감으로 즐거움을 주는 검은 음료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이 콜라를 생각하실 거예요.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콜라는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꼽히지요. 콜라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라는 다국적기업을 주축으로 생산되고 있어요. 올해는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코카콜라 병이 만들어진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예요. 지난 2월 말부터 미국의 애틀랜타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에서는 그간 콜라병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고 있어요. 그런데 이 코카콜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약국에서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게다가 세계적인 음료가 된 계기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전투식량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랍니다.
- ▲ (위 사진)약용으로 만들어졌던 코카콜라가 음료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콜라 모조품이 시장에 나왔어요. 코카콜라는 다른 회사 제품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병 디자인을 고민하다, 왼쪽 사진처럼 볼록하게 내려오다 허리가 쏙 들어간 모양을 생각해냅니다. 올해는 이 병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되는 해예요. (아래 사진)2차 세계대전 당시 콜라는 전투식량으로 미군들에게 큰 인기였다고 해요.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난 뒤 마시는 콜라 한 모금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지네요. /코카콜라컴퍼니 제공·Corbis 토픽이미지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된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었어요. 전쟁의 피로감을 이기기 위해 껌, 초콜릿과 함께 미군이 가는 곳이면 세계 어디에나 보급됐죠. 포탄에 휩싸인 전쟁 현장 속에서 미군들은 병 밑바닥에 새겨진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유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해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연합국의 군인들은 콜라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누기도 했어요. 전쟁이 끝나고 나서 콜라는 세계인의 음료가 됐죠.
이렇게 전쟁을 통해서 세계인의 음식이 된 전투식량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어요. 전투식량은 조리와 운반이 쉽고 영양가가 높아야 해요. 특히 전쟁이 길어지거나 멀리 원정할 경우 더욱 그렇지요. 그 옛날 유목민족은 말 안장 옆 주머니에 말린 육포를 지니고 다니며 농경민족을 공격했어요. 카이사르가 이끌던 로마 군대는 돼지고기를 훈제한 햄과 소시지를 먹었어요. 영국군은 소금에 절인 청어를 먹었지요.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하몽,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와 일본의 주먹밥 역시 전쟁터에서 유용했어요.
본격적인 전투식량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00년대예요. 유럽 전체를 종횡무진 누비던 나폴레옹은 '프랑스 산업 장려협회'를 만들어 1만2000프랑의 상금을 내걸었어요. 뛰어난 프랑스의 인재들을 모아 전쟁에 필요한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죠. 이때 N. 아페르는 샴페인 병에 양배추·브로콜리·양파·당근을 넣어서 코르크 마개로 막은 후 끓는 물에 살균하는 병조림을 개발해 1809년 상금을 거머쥐었어요. 병조림을 사용하고 나서 음식을 따로 조리하지 않아도 되니 식사 시간이 짧아졌죠. 물론 병사들이 운반해야 하는 보급품의 무게도 훨씬 가벼워졌죠. 그 덕분에 나폴레옹 부대의 이동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고 해요. 총이나 대포 못지않은 새로운 무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 ▲ (왼쪽 사진)사진 속 병조림은 나폴레옹이 전쟁 중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휴대가 편리한 식품 보존 방법을 찾기 위해 현상금을 걸자 아페르가 만든 것이에요. (오른쪽 그림)전쟁을 통해 통조림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고,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통조림을 만드는 식료품 공장이 생겨났답니다. /위키피디아
통조림을 기반으로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군인들은 개별 포장된 전투용 개인 식량을 배급받았고, 훨씬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됐어요. 하지만 이제는 통조림이 무겁고 제작 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게 흠이 됐죠. 1960년대부터 본격 연구에 들어가서 이후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레토르트 식품이에요. 우리가 아는 전자레인지용 음식과 3분 요리들이 그것이죠. 발열 팩을 넣어 순식간에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도 개발됐죠. 간편하게 식사할 때, 등산을 갈 때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식품 속에는 전쟁의 역사가 숨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