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보리싹, 겨우내 밟으니 튼튼하게 자라요

입력 : 2015.03.12 09:52
꽃샘추위로 몸이 자꾸 움츠러드는 요즘이야. 봄도 주춤주춤 뒷걸음치는 것 같아. 그런데 남쪽 보리밭은 벌써 푸릇푸릇하다고 해. 색이 고운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말이야. 언제 심었기에 벌써 이만큼 자랐을까?

보리는 가을에 씨를 뿌려. 벼를 일찍 거둬들인 지역에서는 논에 보리를 심고, 아닌 곳은 밭에 보리를 심어. 그럼 겨울이 되기 전에 싹이 쏙 올라온 다음 새싹인 채로 찬바람 쌩쌩 부는 추운 겨울을 나는 거야. 심지어 겨울철에 보리를 밟아 주어야 해.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밟지 마라'는 안내문을 떠올리면 고개가 갸우뚱하지? 잘 생각해봐.

보리.
/그림=김시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곡식')
추운 겨울을 잘 나려면 땅 위 잎이 튼튼해야 할까 아니면 땅속 뿌리가 튼튼해야 할까? 보리를 밟아야 보리 싹이 들뜨지 않고 뿌리가 튼튼하게 잘 내려. 밟아서 보리 잎에 일부러 상처도 내. 그래야 쓸데없이 웃자라 연약해지는 일도 없고, 여러 잎으로 움트게 돼. 또 상처 덕분에 보리 자체가 추위를 더 잘 견디도록 변한단다.

보리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속담만 봐도 알 수 있어. '보리 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보리가 누렇게 익을 무렵에는 따뜻해야 하는데 오히려 너무 추워서 이상하단 뜻이고, '하지 쇤 보리 없다'는 초여름엔 이미 보리 추수가 다 끝나서 밭에 보리가 없다는 뜻이야. '보리 갈아 이태 만에 못 먹으랴'는 가을에 보리를 심고 그 이듬해 거둬 먹는 게 정해진 이치란 뜻이지.

보리쌀로만 지은 밥을 꽁보리밥이라고 해. 먹을 때 찰기가 많이 없어서 입 안에서 보리쌀들이 또글또글 굴러다니지. 채 씹기도 전에 꿀떡꿀떡 잘도 넘어가.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온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이 먹어도 살 안 찌고 변비에도 진짜 좋아.


박윤선 생태 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