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진으로 보는 세계] 늘 똑같은 사물의 색깔, 눈이 아니라 뇌로 보고 있답니다

입력 : 2015.03.09 03:07

최근 한 드레스 사진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어요. 사진 속 드레스가 사람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마다 색채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우리가 물체의 색을 감지하는 과정은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요. 일단 조명에서 나온 빛은 물체 표면에서 일부는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되죠. 반사된 빛이 눈의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에 있는 시세포에 흡수되고, 이 정보가 뇌로 보내져 인식하게 되죠. 이때 같은 물건이라도 조명이 바뀌면 물건으로부터 반사돼 나온 빛의 특성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 뇌는 조명의 세기나 색의 변화를 어느 정도 중화해 조명 변화에 상관없이 물체의 색이 일정하게 보이게 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색채 항상성(color constancy)이라고 부르죠. 즉 물체의 색을 늘 같은 색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는 뇌 덕분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물의 고유한 색과 실제 생활에서 발견하는 색채가 다르다는 관점에서 출발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있어요. 바로 클로드 모네(1840~1926)랍니다. 그는 실제 보이는 대로 대상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루앙 대성당 사진과 루앙 대성당을 그린 작품들 사진
/사진=한성필 사진작가

왼쪽 사진 속 웅장한 건물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루앙 대성당이에요.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신의 손가락이라고 하는 뾰족한 첨탑과 화려한 조각상으로 장식된 성당은 고딕 양식의 걸작이라고 하지요.

오른쪽 그림 세 개는 앞서 살펴본 사진과 같은 루앙 대성당을 모네가 그린 작품이에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확연한 색감 차이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모네는 시간에 따라 매 순간 변하는 루앙 대성당 모습을 마치 카메라가 찰나를 포착하는 것처럼 30점 이상 되는 연작으로 남겼어요. 이를 통해 모네는 같은 대상이라도 그린 계절과 시간, 날씨 상태에 따라 대상이 보여주는 이미지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줬죠.

모네는 평소 '물체의 고유한 색이라 여기는 것은 뇌가 만들어낸 기억과 관습에 따른 편견'이라고 생각했대요. 그의 생각처럼 우리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실제로는 편견에 얽매인 시선 때문에 생긴 오해는 아니었는지 반성해봅시다.

사진=한성필(사진작가) |
글=김옥선(용인 백현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