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싱크홀, 지하수 사라진 공간에 생겨요
땅에 갑자기 구멍 생기는 '싱크홀'… 원래 지진·화산 같은 자연현상
지하수가 만든 석회동굴이 커지면 땅을 지탱하지 못하고 주저앉아요
지하수 너무 뽑으면 도시에도 발생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싱크홀로 인해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설 연휴 중인 지난 20일 서울 용산역 앞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 근처에서 도로가 갑자기 꺼지면서 행인 2명이 땅에 생긴 구멍 3m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교대역 부근에서도 깊이 약 1m의 구멍이 발견됐죠. 이를 '싱크홀(sink hole)'이라 부릅니다. 이것은 주변 건물을 쓰러뜨리거나 물체를 구멍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해요.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싱크홀은 도대체 왜 생겨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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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지나가던 차량이 싱크홀에 빠지자 관계자들이 나와 수습하는 모습이에요.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싱크홀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김지호 기자
싱크홀은 사실 화산활동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현상 중 하나예요. 자연에서 나타나는 싱크홀의 원인은 대부분 지하수 때문에 나타나요. 우산에 떨어진 빗방울은 우산 표면에 따라 미끄러지지만, 땅에 떨어진 빗방울은 금세 스며들게 되지요? 그것은 땅에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있기 때문이에요. 물을 깨끗이 걸러주는 정수기의 필터는 땅의 구조를 모방해 만든 것인데, 필터 위에 물을 부으면 물이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면서 불순물이 걸러져 깨끗한 물이 돼 떨어지지요. 그런데 땅 깊은 곳에는 단단한 암석층이 있어서 땅으로 스며든 물이 더는 스며들지 못하거나 매우 느리게 스며들면서 물이 고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지하수예요. 지하수는 불순물이 걸러진 깨끗한 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퍼 올려 다양하게 쓰지요.
이러한 지하수는 땅속에서 흐르면서 아주 커다란 동굴을 만들기도 해요. 지각을 이루는 암석 중에는 석회암이 있어요. 석회암은 칼슘이나 황, 산소, 나트륨, 염소 등의 물질이 물에 녹아 있다가 뭉쳐지면서 단단하게 굳은 암석으로 퇴적암의 한 종류인데, 산성 물질에 쉽게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석회암 지대가 지하수를 만나면 지하수 속에 든 이산화탄소 성분 때문에 녹게 되는데, 그로 인해 석회암 동굴이 만들어지죠.
하지만 지하수가 땅 깊은 곳의 암석을 녹인다고 무조건 땅이 가라앉는 것은 아니에요. 물 위에 거대한 배가 뜰 수 있는 것처럼 지하수는 땅의 무게를 버텨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싱크홀은 대부분 지하수가 빠져나간 땅속 공간에서 발생해요. 이것은 마치 건물을 받치고 있던 기둥을 부수면 건물이 자연스레 무너지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자연적으로 생긴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발견돼요. 석회암 지대는 지하수가 암석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석회암을 녹이기 때문에 석회암 동굴의 공간은 점점 넓어지지요. 그러다 보니 결국은 위에 있는 땅을 지지하는 힘이 점점 약해져 무너지면 땅이 주저앉고 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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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정서용
그래서 자연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크기는 경이로울 정도예요. 멕시코에 있는 제비 동굴은 세계 최대 깊이를 자랑하는데, 지름이 50m에 깊이가 376m나 된다고 해요. 또한 베네수엘라의 산 정상부에는 깊이가 350m에 이르는 거대한 싱크홀도 있어요. 이러한 싱크홀은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생겨요. 바다에 생긴 싱크홀을 블루홀이라고도 부르는데, 구멍 때문에 물의 깊이가 매우 깊어서 주변의 물 색깔보다 짙은 파란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도심에서 일어나는 싱크홀도 이런 것 때문일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심 싱크홀의 원인도 지하수에 있다고 해요. 지하수를 너무 많이 뽑아 사용하면 지하수가 지지하고 있던 땅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고 마는 것이지요. 지하수는 하천과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요. 그러다 보니 낮은 곳에 고여 있는 지하수의 양은 더 많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많이 뽑아내게 되면 결국 그만큼 높은 곳의 물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동하고, 결국은 공간이 많아져 싱크홀이 발생할 위험도 커지게 되는 거예요.
이런 원인을 생각해볼 때, 도심에서 나타나는 싱크홀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잘못과 실수로 일어난 인재(人災)에 가깝다고 해요. 지하수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지하수를 많이 뽑아서 사용하는 것 모두 도시 개발을 위한 무분별한 행동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우리나라 국토는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땅속에 공간이 잘 생기지 않는데도 최근 들어 싱크홀이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이유는 이러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해요. 도시에서 일어나는 싱크홀의 규모는 자연적인 것에 비하면 작지만, 사람들이 밀집돼 살아가는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할 수밖에 없지요. 화려한 모습의 도시가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할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사진은 석회암 동굴의 모습이에요. 사진을 보고 각각의 이름과 그것의 생성 원리에 대해 알아보세요.
①종유석: 동굴의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에 의해 생성.
②석순: 종유석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생성.
③석주: 종유석과 석순이 계속 발달해 서로 연결돼 생성.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지표의 변화', 6학년 1학기 '산과 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