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쏙쏙! 수학
차가 막히는 이유? 운전자 반응속도 느린 탓
좁아진 길로 차량 몰리는 '병목현상'
병목현상 없어도 고속도로 막힐 때 '유령정체현상'이라 부른답니다
앞차의 움직임에 즉시 반응 못하니 뒤쪽 차량일수록 점점 느려져 정체
"아. 올해도 어김없이 도로가 꽉 막히는구나."
설날을 맞아 시골에 내려가기 위해 운전을 하던 수진이 아빠는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고 한숨을 쉬었어요.
"전 차가 막히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기차는 차량이 여러 대 붙어서 가는 형태잖아요. 맨 앞 차량이 움직이면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요. 그러니 아무리 차가 많아도 제일 앞에 가는 차가 느리게 가지 않는 이상 뒤 차들이 느려질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은 기차가 달리는 것과 큰 차이가 있어. 우선 기차는 하나의 선로로만 움직이지만, 자동차는 여러 차선으로 움직일 수 있지. 음료수를 빨아 먹을 때, 통로가 좁은 빨대보다 넓은 빨대로 빠는 것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음료수를 빨 수 있는 것처럼 차선이 많을수록 더 많은 차량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어. 문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분기점이 있다는 점이야. 이런 길은 대부분 좁지. 예를 들어 4개의 차선이 있는 도로에 4대의 차가 있다면 모두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겠지? 그런데 이 차들이 같은 분기점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그 길이 1차선이라면 어떻게 되겠니?"
- ▲ 그림=이창우
"맞아. 또한 사고가 나거나 도로를 보수하는 공사를 하는 경우에도 갑자기 차선의 수가 줄어 차들의 속도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렇게 넓은 길이 갑자기 좁아지며 그 길로 차량이 몰려드는 모습이 마치 입구가 좁은 병 속에 구슬을 넣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병목현상'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도로에서는 이런 병목현상이 없어도 차가 막히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맨 앞의 차만 멈추지 않는다면 막힐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요?"
"사실 많은 사람이 수진이처럼 생각해. 그래서 병목현상 없이 차가 막힐 때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여 '유령정체현상'이라는 말까지 생겼지. 그래서 학자들은 1950년대부터 수학적 모델링 기법을 통해 유령정체의 원인에 대해 연구해왔지."
"수학적 모델링요?"
"우리 주변의 자연현상을 수식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을 의미해. 예를 들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은 사과의 질량과 지구의 중력가속도를 이용해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잖아? 이처럼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도 차선의 수, 자동차의 무게와 속도, 도로의 굽은 정도 등의 정보를 이용해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지."
"유령정체현상의 비밀도 밝혀졌나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유령정체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반응속도에 있었다는 것은 밝혀졌어."
"반응속도요?"
"앞차가 갑자기 멈춘다거나, 옆 차선을 달리고 있던 차가 끼어드는 등의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반응할 수 있는지를 의미해. 기차의 경우, 차량이 서로 단단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앞 차량이 움직이는 순간 뒤 차량도 함께 움직이지. 이때 뒤 차량의 반응속도는 0에 가까워. 이렇게 반응속도가 0에 가까울수록 유령정체현상은 사라진다고 해. 그런데 사람의 경우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불가능하잖아?"
"맞아요. 앞차가 움직일 때 바로 움직인다 해도 기차처럼 바로 따라가지는 못하겠지요."
"그래서 앞차 운전자가 차선을 바꾸거나 조금만 속도를 줄여도 뒤쪽의 차는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속도를 내기까지 시간이 지체되지. 이 여파는 도미노처럼 뒤쪽 차들에 영향을 미치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더 느려지게 돼 결국 정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지."
"그럼 유령정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겠네요?"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떠오르는 건 무인자동차라고 해."
"아하. 무인자동차는 컴퓨터를 통해 자동으로 움직이니까 앞차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움직일 수 있겠군요?"
"그래. 하지만 그만큼 컴퓨터에 오류가 생겼을 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유령정체가 운전자의 반응속도에 영향을 받는 만큼 운전자의 집중력만 높여도 유령정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단다. 그래서 시행한 것 중 하나가 '완화곡선'이야."
"완화곡선요?"
"도로가 일직선으로 돼 있으면 운전자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돼 주의력이 줄어들어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달리고 있는지도 잘 느끼지 못하게 돼. 그런데 도로가 곡선일 때는 원심력으로 인해 운전자의 몸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고, 그로 인해 긴장감이 높아져 반응속도도 빨라지는 거야. 원곡선으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원곡선은 원심력이 너무 강해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으면 차가 뒤집히거나 차선을 이탈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지."
"아하. 곡선 도로에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군요."
[함께 생각해봐요]
유령정체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제한속도 수시 변경 시스템’이 있어요. 그것의 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답: 앞차가 정지했다가 출발하는 경우, 앞차와 뒤차 사이 거리가 짧으면 뒤차 또한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뒤차가 거리를 두고 천천히 접근을 한다면 앞차의 출발에 맞춰 뒤따라 갈 수 있어요. 제한속도 수시 변경 시스템은 이처럼 도로의 한 지점에서 정체가 발생할 때, 뒤쪽에 있는 속도 게시판의 제한속도를 낮춰 뒤차들이 전체적으로 느리게 달리게 하는 것입니다.
[관련 교과] 3학년 2학기 '평면 도형', 4학년 2학기 '규칙 찾기와 문제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