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잠수 도사' 논병아리, 계절마다 털빛 달라요

입력 : 2015.02.26 03:07 | 수정 : 2015.02.26 09:18
이번 주 봄방학이 끝나면, 새 학년이 돼.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맞이하는 새 학년을 떠올려 봐. 어쩌면 앞으로 키가 클 것을 대비해서 넉넉하게 산 옷을 입은 것처럼 아직 내 옷 같지 않은 어색한 기분이 들 수도 있어. 하지만 '0학년 0반'이란 건, 이름표에 불과할지도 몰라.

물가에 사는 논병아리는 언제나 병아리야. 다 커도 병아리처럼 귀엽지. '어. 오리인가?' 생각할 만큼, 오리랑 비슷하게 생겼어. 몸집은 그것보다 훨씬 작아서 비둘기만 해.

논병아리.
/그림=김재환(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새')
날개가 짧아서 잘 날지는 못해도 헤엄은 정말 잘 쳐. '잠수 도사'란 별명이 붙을 만큼, 잠수도 진짜 잘해. 물속으로 퐁당 들어갔다가 저만치에서 고개를 쑥 내밀며 올라와. 위험을 느끼면 날아가기보단 얼른 물속으로 도망치지. 논병아리들은 수십 마리씩 무리지어 살아.

우리나라 남쪽에서 겨울을 나는 논병아리는 봄이 되면 중부쯤으로 올라가고, 중부쯤에서 겨울을 나는 것들은 여름에 더 북쪽으로 날아가. 그래서 텃새도 있고, 철새도 있어.

논병아리는 계절에 따라 몸빛이 좀 달라. 등 부분이 여름엔 검은빛이 도는 갈색이라면 겨울엔 반짝이는 어두운 잿빛 갈색이야. 아무튼 젖은 풀이나 갈대 곁에 있으면 색깔이 비슷비슷해서 눈에 잘 안 띄는 색이야.

논병아리는 봄이 되면 물가 수풀 사이에 둥지를 만들어. 마치 젖은 풀 무더기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아. 논병아리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3~6개의 알을 낳아. 알에서 처음 깬 새끼는 줄무늬가 선명해서 더 귀여워. 가끔은 어미 등에 올라타고 이동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헤엄을 잘 쳐.

아마 그들은 새끼 때나 다 컸을 때나 사람들이 붙여 준 이름에 신경 안 쓸지도 모르겠어. 이름이 뭐든, 신나게 잠수하고 물고기를 잡아 새끼를 먹이고 서로 모여 알콩달콩 살기 때문이지.

박윤선 생태 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