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낮은 땅' 사는 네덜란드인, 10m 장대로 강 뛰어넘고 놀았대요

입력 : 2015.02.23 03:06 | 수정 : 2015.02.23 09:05
푸른 강가에 줄지어 놓인 거대한 풍차가 힘차게 도는 이곳은 튤립과 풍차로 유명한 네덜란드입니다.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툭하면 바닷물이 육지로 밀려들고 비가 내릴 때면 수시로 강물이 범람했지요. 이때, 풍차는 낮은 지대의 물을 퍼내 침수의 위협으로부터 그들의 땅을 지켜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답니다. 한때 네덜란드 전역에는 1만여 개의 풍차가 가동했지만, 산업혁명 이후 그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약 1000여 개의 풍차만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는 뜻의 네덜란드는 라인강, 마스강, 스헬더강 등이 북해로 흘러들면서 강의 상류로부터 운반된 퇴적물이 쌓여 만든 삼각주를 중심으로 펼쳐진 낮은 지대에 만들어졌어요. 이런 지형적인 특징으로 인해 네덜란드에는 댐과 수로가 많이 발달했지요.

'낮은 땅' 사는 네덜란드인, 10m 장대로 강 뛰어넘고 놀았대요
/한성필 사진작가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같이 빼곡히 들어찬 건물 앞 도로와 나란히 놓여 있는 운하들도 도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답니다. 댐과 운하의 발달은 이색적인 민속놀이를 발달시켰는데, 바로 장대 높이 뛰기와 비슷해 보이는 피어옙펜(Fierljeppen)이에요. 10m에 달하는 장대를 짚고, 강을 건너 최대한 먼 곳에 착지하는 선수가 이기는 경기예요. 강을 뛰어넘을 일이 잦았던 네덜란드인들의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또한 겨울철 운하가 얼어붙을 때면 학생들은 스케이트를 신고 등하교하기도 해요. 심지어 100여 년 전부터 전국 12개 도시를 잇는 200㎞의 운하를 완주하는 스케이팅 마라톤 경기도 열린다고 하네요.

지난 수 세기 동안 간척 사업을 통해 습지를 메워 육지를 만들던 네덜란드에서는 1953년 발생한 해일로 인해 커다란 인명 피해를 낳았죠. 이를 계기로 40여년에 걸쳐 대규모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는 '델타 프로젝트'를 시행했답니다. 이 사업으로 복잡했던 해안선이 700㎞나 줄어들었어요. 이는 바닷가 습지에 사는 생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죠.

또한 해수의 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방조제는 바닷물을 차단함으로써 하구호(하구에 방조제 등을 설치해서 가로막거나 또는 자연적으로 생긴 호수)의 급속한 수질오염을 불러왔어요. 간척지도 염분이 높아져 경작지로 활용할 수 없게 됐죠.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방조제를 열어 해수를 하구호 안으로 이동시키는 것과 동시에 경작지로 활용할 수 없는 간척지에 다시 바닷물을 넣어 습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자연은 정복하고 길들이는 것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김옥선 용인 흥덕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