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당신, 그 뺨의 점만 없애면 완벽해질 거야"

입력 : 2015.02.18 03:04 | 수정 : 2015.02.18 09:09

[54] 너대니얼 호손 '반점'

아내 뺨의 반점이 거슬렸던 과학자… 점 없애는 약 마시게 하자 아내 사망
작가 호손, 비현실적인 표현 통해 완벽함에 집착하는 모습 부각해요
누구나 단점 있으니 서로 보듬어야

최근 한 설문 조사 기관이 남녀 대학생 1000여명에게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묻자 남학생 85%, 여학생 93%가량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많은 이가 자신의 외모에 어느 정도 불만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우리가 완벽하게 아름답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까요? '주홍글씨' '큰 바위 얼굴'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너대니얼 호손(1804~1864)이 쓴 단편소설 '반점'에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과학자가 등장합니다.

자연철학의 모든 분야에서 유능한 과학자인 에일머는 아름다운 여인 조지아나와 결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에일머는 갑자기 아내의 왼쪽 뺨에 난 반점이 그녀의 고귀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타락시킨다고 생각했죠. 어떤 반점이기에 에일머는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평소 아내의 얼굴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장밋빛인데, 그 반점은 그보다 짙은 진홍색이었어요. 크기는 새끼손가락 두 개 끝마디만 하고, 생김새는 사람의 손과 비슷했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사랑하는 조지아나, 당신은 자연의 손으로부터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태어났어. 흠집인지 복점인지 알 수 없지만, 당신의 그 사소한 결점은 나에게 충격을 줘. 당신 뺨의 반점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소?"

에일머와 달리 아내는 이제까지 자신의 반점을 '복점'이라고만 생각했고, 없애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에일머는 반점만 빼놓으면 그녀가 완벽하게 아름다워질 거라고 생각했죠. 결국 에일머는 아내를 설득했고, 뺨에 난 반점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과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던 에일머는 마침내 반점을 없앨 용액 제조에 성공했고, 아내에게 용액을 마시게 했어요.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대리석같이 창백한 조지아나의 왼쪽 뺨에서 뚜렷이 보이던 진홍색 손은 이제 윤곽이 희미해졌다. 그녀는 전과 다름없이 창백했다. 하지만 반점은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예전의 뚜렷한 형체를 잃어 갔다. 반점의 존재는 끔찍한 것이었으나 그것의 소멸은 더 끔찍한 것이었다. 하늘에서 사라져 가는 무지개의 얼룩을 살펴보라.

용액을 마신 아내의 반점은 점차 사라졌지만, 대신 그녀는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죠. 우리 주변에서 허점이 없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많든 적든 부족한 점이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요? 오히려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질 때 의외로 그 사람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매력을 느낄 때가 잦아요.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게 태어나거든요.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서로 부족한 점을 메우며 살아가고, 이러한 과정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만한 곳인지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반점'이 비현실적이고 과장됐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표현 방식은 호손의 여러 단편소설에서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이에요. 호손은 반점으로 상징되는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고 완벽함에 집착하는 에일머의 이야기를 과장되게 보여줌으로써 그 의미를 부각하는 거예요. 에일머의 조수인 아미나다브는 이렇게 중얼거려요. "그녀가 내 아내라면 나는 이 반점과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텐데." 완벽함에 대한 충족은 한순간에 불과해요. 소망하는 완벽함이 충족되면 그 이상의 완벽함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죠.

#이야기

러시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어요. 친구들은 그의 외모를 보고 놀려대기 일쑤였다고 해요. 소년 역시 밤마다 외모를 아름답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어떠한 마법도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 때문에 소년은 점차 위축됐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요. 그러나 소년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오랫동안 고민하던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소년이 누구냐고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의 저자인 톨스토이랍니다.

(사진 왼쪽)러시아의 대문호라는 톨스토이는 어렸을 때 외모 콤플렉스가 굉장히 심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것을 글 쓰는 것으로 이겨냈고, 작품에 몰입해 후세에도 인정받는 작가가 됐답니다. (사진 오른쪽)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 역시 못생긴 외모 때문에 열등감과 우울 증세가 있었다고 해요. 그는 외톨이로 지냈지만 일에 열중했고, 덕분에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사진 왼쪽)러시아의 대문호라는 톨스토이는 어렸을 때 외모 콤플렉스가 굉장히 심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것을 글 쓰는 것으로 이겨냈고, 작품에 몰입해 후세에도 인정받는 작가가 됐답니다. (사진 오른쪽)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 역시 못생긴 외모 때문에 열등감과 우울 증세가 있었다고 해요. 그는 외톨이로 지냈지만 일에 열중했고, 덕분에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위키피디아

톨스토이는 "사람의 아름다움은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깨끗한 인격이 모여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했어요. 만약 톨스토이가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가진 나머지 에일머처럼 행동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는 훌륭한 문학작품을 만날 기회를 놓쳐버렸을 거예요. 그러니 외모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신을 해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에일머는 과학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었어요. 그러나 세상에는 과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있지요.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양미연·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