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최고의 순간… 빛나는 황금
예로부터 가장 고귀한 금속 '황금'
파라오의 장례용 마스크에 사용, 불상·고려불화 만들 때도 썼어요
클림트, 금박으로 인물·풍경 장식… 남녀의 사랑 행위를 아름답게 전달
1922년 11월 26일.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고대 이집트의 왕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다는 기사가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유물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죠. 호화로운 유물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미라의 얼굴을 덮고 있던 장례용 황금 마스크였어요.
작품 1의 장례용 마스크는 부패한 시신의 얼굴을 대신하는 역할을 했지요.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왜 왕의 얼굴에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마스크를 씌웠을까요? 당시 황금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금은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색상도 변하지 않는 데다 채취하기도 무척 어려웠어요. 사람들은 이런 특징을 가진 황금이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고 믿었죠. 그래서 신성한 신분인 파라오의 얼굴에 황금 마스크를 씌웠던 겁니다. 옛사람들이 황금을 숭배했다는 또 다른 증거물을 보여 드릴게요.
- ▲ (사진 왼쪽)작품 1. 투탕카멘, 장례용 황금 마스크, 기원전 14세기경. (사진 오른쪽)작품 2. 아미타삼존도, 1359년
작품 2는 일본으로 건너간 고려불화입니다. 그림 속 가운데 부처는 아미타불이며 양쪽에 서 있는 두 명의 보살은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에요. 동국대학교 정우택 교수는 이 그림은 고려불화 가운데 유일하게 비단 위에 금니로 선을 그려 표현한 불화라고 했죠. 또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어요. 금니는 금박 가루를 아교풀에 갠 미술 재료를 말하지요. 고려인들은 채색 불화를 그릴 때도 부처의 옷과 여러 문양 등을 금니로 장식했어요. 이것은 고려불화가 다른 나라 불화에 비해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증거가 되지요. 왜 값비싼 금을 사용해 불화를 장식했을까요? 빛나는 황금이 종교적 믿음과 신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최고의 미술 재료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불교를 숭배했던 고려인들이 고귀한 금속인 황금으로 장식한 그림을 부처에게 바치고 싶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었을까요?
- ▲ 작품 3.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수행자들, 547년경
한편 황금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해요. 작품 3은 이탈리아 도시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의 벽면에 있는 모자이크 중 한 점이에요. 모자이크는 금속, 돌, 유리 등의 조각을 바닥이나 벽면에 붙여 무늬나 그림을 그리는 장식 기법을 말해요. 이 모자이크는 6세기 비잔틴(동로마)제국을 다스렸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성직자와 신하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담겨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 모자이크로 꼽히기도 하지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미사에 참여하는 자신의 모습을 황금 모자이크에 담게 한 것은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절대 권력자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였어요. 비잔틴제국의 권력자들은 황금을 지배하는 사람이 최고 권력자라고 믿었어요. 비잔틴 양식의 황금 모자이크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예술혼을 자극하기도 했어요.
- ▲ 작품 4. 클림트, 키스, 1907~8년
- ▲ 작품 5.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2007년
흔히 인생에서 최고의 시기를 황금기라고 하죠. 황금을 사용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