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자연과 더불어 살려면… "필요한 만큼만 가져라"

입력 : 2015.02.11 03:12 | 수정 : 2015.02.11 09:01

[53]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美 원주민 혈통 소년 '작은 나무'… 할아버지·할머니와 산속에서 살며 자연을 이해하는 삶의 태도 배워요
"욕심 버려야 상대 이해할 수 있다" 내 입장만 생각 말고 마음 열어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중, 구릿빛 피부에 까만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소녀가 있어요. 화려한 드레스 대신 가죽옷을 입은 것도 특징이지요. 누군지 눈치챘나요? 바로 인디언 공주 '포카혼타스'입니다.

'인디언'이라는 말은 사실 '인도(인디아)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콜럼버스가 자신이 발견한 신대륙이 인도인 줄 알고,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가리켜 인디언이라고 불렀거든요. 사실 콜럼버스가 발견한 대륙은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이었지만요.

오늘 살펴볼 책은 인디언이라는 미국 원주민의 삶과 지혜가 담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에요. 체로키족의 피를 이어받은 다섯 살 소년 '작은 나무'가 부모를 잃고 나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속에서 살아간 날들의 흔적이 담겨 있지요.

[책으로 보는 세상] 자연과 더불어 살려면…
/그림=이병익
작가인 포리스트 카터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경험을 많이 반영했다고 해요. 그를 '작은 나무'라고 불러주던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이 이 소설을 쓴 자양분이 된 것이죠. 이 책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작은 나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의 몫을 남긴 채 슬며시 곁에서 도와주고, 묵묵히 기다려줍니다. 이 책의 원제목인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에 담긴 의미처럼, 작은 나무는 지나친 보호도 냉혹한 무관심도 아닌 균형 잡힌 사랑과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요.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을 누비고, 개척촌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그 대화 속에는 자연의 이치, 상대를 존중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태도, 사랑의 의미, 인디언 조상의 강제 이주 이야기 등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지혜와 교훈이 가득했어요. 또한 할아버지와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르내리며 바람의 속삭임, 시냇물의 재잘거림과 숲의 숨소리를 들으며 작은 나무는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지요. 특히 인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조화를 배워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지요.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체로키 인디언들은 사냥해야만 먹고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지는 않았어요. 당장 먹어야 할 것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생태계의 순환을 같이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동물들이 짝짓기하는 철에는 사냥을 잠시 멈추는 이유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그들만의 법칙을 만들고 지킨 것입니다.

#이야기 하나

최근 자신의 사진 작업에 방해된다며 금강송과 활엽수를 무단으로 벤 사진작가가 있었죠.
최근 자신의 사진 작업에 방해된다며 금강송과 활엽수를 무단으로 벤 사진작가가 있었죠. 편리와 이익을 위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는 그의 태도는 필요한 만큼 얻고 필요한 것만 행하라고 강조했던 작은 나무 가족의 교훈에 어긋난 것이었죠. /남강호 기자
작년 여름, 자신의 사진 작품 촬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삼림보호구역 내 금강송과 활엽수 25그루를 무단으로 베어버린 사진작가의 태도가 논란이 됐어요. 심지어 구도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 금강송을 베어내고 나서 찍은 사진이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돼 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죠. 그런데도 벌금만 낸 채 사건이 일단락되고, 이 작품들로 책까지 출간해 많은 이의 분노를 샀습니다. 과연 좋은 사진을 위해 나무를 함부로 베는 행동은 정당할까요?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는 태도는 '정말 필요한 만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나무 가족의 삶의 철학은 자연과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돌아보게 하지요.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완두콩만 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 덩어리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중략)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나무는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외부인들의 개입 아래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을 떠나 보육원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던 그곳에 진짜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산으로 돌아오게 된 작은 나무는 2년 세월을 할아버지 할머니와 보내고 그들의 죽음을 지켜봅니다. 그 후로 작은 나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작은 나무의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기억은 일생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 돼 그를 지탱해주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삶의 원칙을 세워준 순간이 있었나요? 있다면 그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얘기해봅시다. 만약 아직 없다면 내 삶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을 떠올려 보고 그 이유를 말해 봅시다.

박혜강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