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이방인에게 노출 않도록… 여자 얼굴 가렸답니다

입력 : 2015.02.06 03:06 | 수정 : 2015.02.06 09:11

[히잡의 유래]

이슬람교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건 전쟁 많던 고대 아랍 특유의 풍습
경전 '코란'의 가르침이기도 해요

포로 될까봐 황후 없던 오스만제국… 후궁이 살 비밀 공간 '하렘' 만들어

최근 우리나라 돈으로 재산이 18조원이 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는 얇은 수의만 간단히 걸친 채 관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혔지요. 게다가 묘비에는 이름도 새겨 넣지 않았다고 해요. 참 의아한 일이지요? 지난달 23일 사망한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 이야기입니다. 장례식에 전 세계인의 조문이 이어졌는데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구설에 올랐어요. 이슬람교를 믿는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를 가리는 히잡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왼쪽 사진)최근 사망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조문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의 모습이에요. 미셸 오바마는 머릿수건인 히잡을 쓰지 않아 논란이 됐죠. (오른쪽 사진)머리에 다양한 히잡을 쓴 여성들 모습이에요.
(왼쪽 사진)최근 사망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조문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의 모습이에요. 미셸 오바마는 머릿수건인 히잡을 쓰지 않아 논란이 됐죠. (오른쪽 사진)머리에 다양한 히잡을 쓴 여성들 모습이에요. /뉴시스·이태훈 기자
16세기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이슬람 제국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황제는 전쟁으로 인해 황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렘’이라는 비밀 공간을 만들어 후궁들을 생활하게 했어요.
16세기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이슬람 제국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황제는 전쟁으로 인해 황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렘’이라는 비밀 공간을 만들어 후궁들을 생활하게 했어요. /위키피디아
사우디아라비아는 1932년 이븐사우드가 아라비아반도를 통일하고 세운 나라예요. 이제, 나라 이름이 왜 사우디아라비아인지 짐작이 가나요? 통일할 당시 1차 대전으로 세계가 어지러웠어요. 그때 이슬람교의 율법을 잘 지키는 나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대요. 무함마드의 계시를 기록한 코란의 법에 순종하는 것이지요. 코란은 우상 숭배를 금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행여나 화려한 무덤을 만들면 사람들이 국왕을 신처럼 숭배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서 이름 없는 무덤을 만든 것이죠.

코란에는 여자들이 머리와 가슴을 가리는 머릿수건을 쓰도록 나와 있어요.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들은 외출할 때 히잡을 쓰도록 법으로 정해졌죠. 그런데 사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가리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어요. 머리와 목을 가리는 히잡부터,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니캅까지. 이슬람 국가 간에도 형태는 달라요. 아마도 코란을 해석하는 문화 차이 때문이겠지요.

히잡이 처음 생긴 건 이슬람교가 등장하기 훨씬 전, 고대의 일이랍니다. 사막으로 이뤄진 이 지역에서는 주로 유목생활을 했대요. 필요한 물건을 약탈하는 경우도 많았죠. 물론 전쟁도 잦아서 남자들이 많이 죽었대요.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여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일부다처제가 만들어졌죠. 그리고 전쟁이 날 경우 이방인에게 여자들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아 노출되지 않도록 얼굴을 가리는 전통이 생겨났다고 해요. 또한 햇빛을 가리는 기능도 있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화에 따라서는 여성을 존중하는 종교적 표현일 수도 있어요.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1세와 결혼한 록셀란 황후.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1세와 결혼한 록셀란 황후. 그는 황후가 되기 위해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답니다. /위키피디아
얼굴을 가리는 걸로도 부족해 여자들을 꼭꼭 숨겨놓았던 사례도 있어요. 오스만 제국(1299~1922)의 하렘입니다. 오스만 제국은 이란에서 헝가리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다스렸어요. 전쟁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황제는 황후를 혹시나 빼앗길까 걱정이 됐죠. 황후가 다른 나라에 끌려가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황제는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미로처럼 생긴 공간에 후궁 수백명을 둬 생활했어요. 금지된 곳이라는 뜻으로 '하렘(harem)'이라고 불렀죠. 각 나라에서 온 후궁들과 그 자녀가 생활하는 곳이죠. 한번 하렘에 들어가면 이곳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만 했대요. 서열이 가장 높은 사람은 황제의 어머니였어요. 당시에는 황제가 되지 못한 아들은 모두 죽여버리기도 했는데,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아 권력을 강화하는 방법이지요. 아마도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한 후궁들 간의 암투가 살벌했을 거예요. 흑인 노예의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다가 오로지 '하맘'이라는 목욕탕 외출만 허락됐죠. 지금도 이슬람 문화를 간직한 지역에는 하맘이 남아있어서 목욕 문화를 체험해볼 수가 있어요.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가장 넓었던 전성기는 16세기 술레이만 1세 때였어요. 이때 하렘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는 록셀란이었죠. 록셀란이라는 이름은 러시아 여자라는 뜻인데요. 노예로 팔려 이곳까지 끌려왔어요. 온갖 노력으로 황제 눈에 들어 넷이나 되는 아들을 낳았답니다. 그녀는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에 가득 차 있었어요. 록셀란은 술레이만 1세를 설득해서 첫 번째 후궁이 낳은 장남을 죽였지요. 그리고는 황제에게 집요하게 결혼을 요구해서 결국 오스만 제국 최초로 황후의 자리에 올랐답니다. 록셀란이 정치에 등장한 이후 오스만 제국의 명성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지요. 세월이 흘러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하면서 오스만 제국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답니다.

오스만 제국에서 있었던 왕자의 난을 예방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사우디아라비아를 세운 이븐사우드는 왕위를 형제에게 계승하도록 했죠. 그래서 두 번째 사우드 국왕부터 최근 새롭게 왕위를 계승한 일곱 번째 살만 국왕(79세)까지 모두 이븐사우드의 아들이랍니다.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