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필요 없는 물건, 아직 쓸만하면 기증해보세요

입력 : 2015.02.05 03:05 | 수정 : 2015.02.05 09:13
어제는 절기상으로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었어요. 벌써 봄이라니 좀 어색하죠? 하지만 해 지는 시간이 늦어지는 걸 보면 낮이 길어지는 것이겠죠. 그래도 아직은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옷은 잘 챙겨 입어야 해요. 밖에 나갈 땐 목도리랑 장갑을 챙기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요. 며칠 전에 서랍에서 장갑을 꺼내려고 보니 장갑 한 짝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침대 위, 책상 밑, 집 안 곳곳을 뒤져도 보이지 않았어요.

사라진 장갑이 가는 곳을 상상해 봤죠. 실수로 잃어버린 장갑이 있고 구멍이 나서 버려진 장갑도 있는 곳을요. 어쩌면 지겹고 싫증 나서 버려진 장갑도 있을 거예요. 여러분도 물건을 쉽게 싫증 내고 새 물건으로 바꾸곤 하나요? 물건을 한두 번 사용하고 금세 지겹다고 버리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에요. 우리가 물건을 쉽게 사고 버리면 지구는 순식간에 버려진 물건으로 가득 차게 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쓰기 싫은데 억지로 참아야 한다면 기분이 엉망이 될지도 몰라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필요 없는 물건, 아직 쓸만하면 기증해보세요
/웅진주니어 '장갑나무'
그림 속 나무를 보세요. 나무에 알록달록 뭔가가 주렁주렁 걸려 있죠? 바로 장갑이에요. 구멍 난 장갑도 있고, 버려진 장갑도 있어요. 장갑 주인이 잃어버린 것도 있죠. 원래 나무는 앙상한 가지뿐이었는데, 장갑을 걸었더니 알록달록 멋진 '장갑 나무'가 됐어요. 쓸모없어진 장갑들이 쓸모 있는 장갑으로 변신한 거예요.

나무 아래 동물도 좀 보세요. 하마는 앞니에 고무장갑을 끼웠고요, 곰은 벌집에 꿀을 가지러 갈 때 쓰려고 고무장갑이랑 목장갑을 꼈네요.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장갑일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물건이 된 셈이에요.

혹시 장갑 나무가 있으니까 장갑을 마구 버려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나요? 장갑 나무는 상상 속 나무예요. 우리가 함부로 버린 물건이 저절로 쓸모 있는 물건이 되는 건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장갑 나무 같은 마법의 공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필요 없어졌지만 아직 쓸 수 있는 멀쩡한 물건들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거든요. 대표적인 곳으로 '아름다운가게'가 있어요. 아름다운가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을 기증받고 나서 다시 포장해서 싼 가격에 되파는 가게랍니다. 그리고 물건을 판 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어요. 쓸모없어진 물건들의 마법 같은 변신인 거죠. 대신 고장 나거나 더러워진 물건을 기증해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물건만 기증해야 한답니다.


[부모님께]

주변에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없는지 자녀와 함께 둘러보세요. 당사자에게는 더는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것이 있다면 기증 활동에 동참해 보세요. 하지만 물건을 나눠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만 사서 소중하게 아껴 쓰는 습관이랍니다. 아이들에게 절약하는 습관을 알려주세요. 올해는 아이들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충동적으로 사는 일이 없도록, 물건을 살 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가르쳐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태화 어린이책 출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