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문명과 야생, 서로 공존해야 할 두 세계
입력 : 2015.02.04 03:07
| 수정 : 2015.02.04 09:22
[52] 잭 런던 '야성의 부름'
저택서 편히 살다 썰매개가 된 '벅'
폭력·생존경쟁 겪으며 리더로 성장… 좋은 주인 만났지만 야생에 돌아가
이상적 사회로 평가받는 문명 세계… 때론 야생보다 미개한 모습 보여요
골드러시(Gold Rush)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골드러시는 19세기 미국 전역에 붙었던 금광 열풍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19세기 중반에는 캘리포니아, 후반에는 클론다이크 지역을 중심으로 금광 열풍이 불었죠. 사람들은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미지의 땅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굶주림과 추위, 원주민들과 갈등 등 무법천지와도 같았던 상황 속에서 대부분은 고생만 하다 빈손으로 돌아가거나 목숨을 잃었죠. 1897년 이런 골드러시 행렬에 뛰어든 스물한 살 청년이 있었어요. 바로 잭 런던(1876~1916)입니다. 그는 금을 찾지는 못했지만, 야생 세계와 대자연의 힘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돌아왔어요. '야성의 부름'은 이러한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입니다.
- ▲ /그림=이병익
판사의 집이 평화로운 문명 세계였다면 썰매를 끄는 개들의 세계는 곤봉과 송곳니가 난무하는 야생 세계였어요. 그 속에서 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혜와 용기로 썰매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됩니다. 하지만 지독한 추위 속에서 떨다 헐값에 팔려나가 비참한 생활을 또다시 하게 됩니다. 벅의 새로운 주인은 황금에 눈이 멀어 무작정 북극을 향해 가는 이들이었어요. 그들의 무능과 고집은 썰매개들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이때 벅을 구해준 이가 손턴입니다.
이제껏 주인들은 벅을 자신들의 편리나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대했어요. 그런데 손턴은 벅의 고통에 공감했고, 죽음의 문턱에서 벅을 구출했지요. 벅은 손턴에게 다른 주인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사랑을 느낍니다.
- ▲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을 통해 지식이 곧 자연을 정복하는 인간의 힘이 됐다고 강조했지만, 그 대가로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을 낳았죠. /위키피디아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지요.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는 유명한 격언을 남겼습니다. 그가 말하는 '아는 것'이란 자연에 대한 탐구를 뜻해요. 그리고 '힘'은 이러한 탐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도대로 자연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뜻합니다. 그의 말처럼 과학적 지식은 자연을 변형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돼 인류의 생활을 눈부시게 변화시켰습니다. 이렇게 이룩한 문명은 인간을 위험한 야생의 세계에서 분리해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해줬지요. 그러나 그 대가로 환경은 급속하게 파괴됐고 수많은 생명체가 멸종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이처럼 자연을 마구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일까요?
벅은 문명의 세계에서 길든 개였습니다. 그러다 무시무시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야생 세계에 내던져진 것이지요. 그 속에서 벅은 인간과 자연에 맞서 싸우며 야성을 회복해갑니다. 손턴의 사랑은 벅을 다시 문명의 세계로 이끄는 듯했지만, 둘의 사랑은 오래갈 수 없었어요. 손턴의 죽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벅에게는 끊임없이 야성의 외침이 들려왔기 때문이지요.
그 소리를 들은 벅은 커다란 불안과 이상한 욕망으로 가득 찼다. 그 소리는 벅에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달콤함과 기쁨을 줬다.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야생에 대한 동경과 충동을 느꼈다. 때로 그는 그 소리를 찾아 숲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마치 잡을 수 있는 물건이라도 되는 듯 벅은 기분이 내키면 부드럽게 저항하듯이 짖으면서 그 소리를 찾아 헤맸다.
- ▲ 19세기 미국, 금을 캐려고 미지의 땅으로 향하는 사람들 모습이에요.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소설‘야성의 부름’배경이 되죠. /Corbis 토픽이미지
[함께 생각해봐요]
'야성의 부름'의 마지막 부분에는 벅이 해마다 여름이면 어느 계곡을 찾아가 길고 슬피 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벅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책을 읽고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