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소변 검사하면 약물복용 선수 알 수 있답니다

입력 : 2015.02.03 03:05 | 수정 : 2015.02.03 08:59

마약, 몸에 축적되니 머리카락 검사
운동선수 금지 약물은 효과가 짧아 경기 직후 소변 검사로 알아내요
소변에 섞인 물질은 서로 성질 달라 용매에 녹아 퍼지는 속도로 구별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습니다."

최근 박태환 선수의 도핑테스트 결과가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그는 우리나라 수영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세계적 수영 선수이기 때문에 대중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지요. 대체 도핑테스트는 무엇일까요?

열심히 공부해 시험을 치르는데, 함께 시험을 치르는 누군가가 몰래 관련된 책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여러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 합격했다고도 가정해봐요. 그렇다면 여러분 심정은 어떨까요? 아마 그 결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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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서용

도핑테스트를 하는 이유도 이와 같아요. 문제를 푸는 시험이 지식을 겨루는 것이라면, 운동경기는 신체 능력을 겨루는 것이죠. 운동선수가 신체 능력을 운동 외 방법으로 높이는 것을 부정행위라 할 수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만 해도 운동선수는 부정행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대요. 하지만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한 사이클 선수가 경기 중 사망했고, 그 원인이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높이는 특정 약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지요. 그 뒤로는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높이는 특정 약물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운동선수들의 정정당당한 대결을 위해 금지 약물 검사인 도핑테스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도핑(doping)'이란 운동선수가 운동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제, 신경안정제, 흥분제 등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것을 말해요. 이미 몸에 들어가 버린 약물 사용 여부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느냐고요? 과학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하면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약물은 바로 소화되지 않고, 소화가 되더라도 그 성분이 우리 몸속에 오랫동안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마약중독 여부를 검사할 때는 주로 당사자의 머리카락을 써요. 섭취한 약물이 머리카락에도 흡수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도핑에 사용되는 금지 약물은 효과도 일시적이고 몸 안에 남아 있는 기간 또한 비교적 짧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면 도핑을 했더라도 그 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워요. 그래서 도핑테스트는 경기를 끝낸 선수들의 소변을 활용해요. 소변은 혈액이 콩팥을 통과하면서 그 안의 노폐물이 걸러지고 방광에 모였다가 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 약물을 사용했다면 그 성분 또한 소변에 포함되지요. 하지만 소변 속 금지 약물 성분은 극히 소량이고 대부분 다른 물질로 가득해요. 이렇게 다양한 물질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소변 속에서 어떻게 금지 약물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의 하나인 '크로마토그래피'를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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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혼합물이란 섞여 있는 물질이 각자의 성질을 유지하는 경우를 뜻해요. 콩과 쌀이 섞여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콩과 쌀을 아무리 섞더라도 콩알과 쌀알 각각은 변함이 없지요? 그래서 콩은 빠져나올 수 없고 쌀은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이 난 체에 거르면 그것들을 분리할 수 있어요. 반면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합해져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된 화합물은 분리하기가 쉽지 않죠.

소변은 다양한 물질이 각자의 성질을 가진 채 섞여 있는 혼합물이에요. 하지만 콩과 쌀의 예와는 달리 마치 한 물질처럼 보이기 때문에 체나 자석, 스포이트 같은 도구는 사용할 수 없어요.

휴지를 한 칸 뜯은 다음 가운데 부분에 사인펜으로 점을 하나 찍고, 휴지 끝 부분이 살짝 물에 닿도록 해보세요. 그럼 휴지가 물을 천천히 흡수하며 사인펜으로 찍은 점도 물과 함께 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색소마다 번지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색소가 분리돼 나타난답니다. 이렇게 물질마다 용매에 녹아 퍼져 나가는 정도가 다름을 이용한 분리 방법이 바로 크로마토그래피예요. 소변 속 물질도 각각 퍼져 나가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금지 약물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도핑은 선수의 몸과 마음을 망치는 행위예요. 도핑으로 얻은 승리는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핑 물질 때문에 몸에 다양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선수 스스로 금지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해야 하겠죠? 박태환 선수에게 부디 최선의 결과가 나와 그동안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휘발유, 경유, 등유, LPG 등은 모두 석유(원유)로부터 나온 물질이에요. 그렇다면 석유 속의 다양한 물질은 어떤 방법으로 분리할까요?

해설: 석유는 여러 물질이 섞여 있는 혼합물이에요. 각각 끓는점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합니다. 석유를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순서대로 기체가 되기 때문에 기체를 순서대로 식히면 물질을 분리할 수 있지요. 이렇게 끓는점이 서로 다른 물질을 기체로 만들어 분리하는 것을 ‘분별증류’라고 합니다.



[관련 교과]
3학년 2학기 '혼합물의 분리'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