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청동기 시대엔 거울 아무나 못 봤대요

입력 : 2015.02.02 03:06 | 수정 : 2015.02.02 09:04

청동, 원료 구하거나 만들기 어려워… 거울 등 상류층의 종교용품에 쓰여
고리 달린 청동거울 '다뉴세문경'… 폭이 좁은 한국식 '세형동검'과 함께 청동기 시대 대표적 유물이랍니다

얼마 전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를 대표하는 국보급 유물들이 충북 충주의 초기 철기시대 무덤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그중 길이가 23~30㎝의 세형동검 7점이, 다뉴세문경은 완전한 상태로 넣었는지 알 수 없지만 깨진 상태로 발굴됐습니다. 일부러 깨서 무덤에 넣었다면 이번 유물을 발굴한 조사단은 이를 죽은 자와 산 사람은 갈 길이 다르다는 뜻으로 죽은 자를 위한 부장품으로 보고 있어요. 세형동검과 다뉴세문경이 어떤 유물인지 궁금하지요? 오늘은 세형동검과 다뉴세문경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번쩍거리는 청동검

기원전 2세기쯤, 한반도 중부지방에 살던 사람 몇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자네. 우두머리 집에 있는 그거 봤나? 번쩍번쩍 빛나는 칼 말이야."

"그래. 그렇게 멋진 칼은 처음 봤어. 우리가 가진 돌칼은 구닥다리야."

"날렵하면서도 매끈하고 번쩍거리기까지 하니 정말 멋져!"

"우두머리니까 그런 으리으리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그런데 그런 번쩍거리는 칼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뉴스 속의 한국사] 청동기 시대엔 거울 아무나 못 봤대요
/그림=이창우
그들이 말한 번쩍거리는 칼은 청동검이었어요. 청동검 중에서도 세형동검이라 불리는 폭이 좁은 칼이지요. 청동이란 구리에 주석이나 아연 등 다른 물질을 섞어 단단하게 만든 금속을 말해요. 한반도에서 청동으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기원전 10세기 무렵으로 짐작해요. 대표적인 유물이 바로 청동으로 만든 칼과 거울이고요.

◇세형동검은 한국식 동검

청동으로 도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알게 된 청동기 시대에도 아무 물건이나 마구 청동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만드는 방법도 복잡해서 특별한 물건만 청동으로 만들었지요. 청동으로 만든 특별한 물건이란 주로 높은 신분이나 권력을 상징하는 도구나 장식품이었어요. 칼이나 창 같은 무기는 주로 군사적인 용도로만 사용됐지만, 거울이나 방울은 종교의식을 치를 때 사용하는 물건이었지요.

청동기는 거푸집이라는 틀을 이용해 만들었어요. 한반도에서 청동 유물과 함께 거푸집 유물도 발견돼 우리 조상이 어떻게 청동기를 만들었는지 알게 해줬죠.

세형동검이 등장하기 전, 한반도를 비롯해 만주 지역에는 비파형동검이 사용되고 있었어요. 일반적인 칼이 외날인 것과 달리 양쪽 날을 갖춘 것으로 몸체의 아랫부분이 비파라는 악기처럼 생겨 비파형동검이라고 불렀지요. 그러다가 나중에 세형동검이 등장하는데, 세형동검은 만주 지방에서 널리 사용됐던 비파형동검과 달리 한반도 지역에서 주로 발견돼 한국식 동검이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고리가 2~3개인 잔무늬거울

[뉴스 속의 한국사] 청동기 시대엔 거울 아무나 못 봤대요
/그림=이창우
다뉴세문경은 청동으로 만든 거울로 그 표면에 잔무늬가 새겨진 것이에요. 청동거울로는 거친무늬거울과 잔무늬거울이 있는데, 거친무늬거울은 무늬가 굵고 거칠게 새겨진 청동거울로 청동기 시대에 주로 만들어졌지요. 잔무늬거울은 무늬가 가늘고 섬세하게 새겨진 것으로 초기 철기 시대에 걸쳐 만들어졌어요. 잔무늬거울을 고운무늬거울이라고도 해요. 거친무늬거울은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비파형동검과 같은 유적에서 나오고, 잔무늬거울은 초기 철기시대에 만들어진 세형동검과 같은 유적에서 나오기 때문이에요.

다뉴세문경은 잔무늬거울 중에 앞면은 거울로 쓰도록 하고 뒷면에는 '뉴'라고 부르는 고리를 두 개 혹은 세 개를 달아서 끈을 꿸 수 있도록 한 것이에요. 그래서 고리가 많은 잔무늬거울이란 뜻으로 다뉴세문경이라고 부르는 것이에요.

◇청동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우리 조상

국보 제141호로 지정된 다뉴세문경은 충남 논산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기원전 5~4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하고 있어요. 지름이 21.2㎝, 테두리 폭이 1㎝인 원형 청동거울로 거울 안에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1만3000여개의 선으로 직선·사선·삼각형·동심원 등의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놓았어요. 현대 첨단 과학 기술로도 아직 온전한 복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라고 하니 우리 조상의 청동기 만드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어요.

이번에 청동기 유물을 발굴한 조사단은 청동기가 발굴된 무덤을 기원전 3~2세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했어요. 또한 당시 충주 일대를 지배하던 지방 세력 우두머리의 무덤으로 봤지요. 그런데 왜 철기 시대 무덤에서 청동기 유물이 쏟아져 나왔을까요? 그것은 철기가 널리 사용되기 전인 철기 시대 초기에도 청동기를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청동기 시대에도 돌검, 돌 화살촉, 반달돌칼 등 석기를 만들어 사용한 것처럼 말이에요.


[함께 생각해봐요]

다뉴세문경을 통해 과거 우리 조상의 금속을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었어요. 청동기 시대뿐만 아니라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에도 우리 조상의 뛰어난 금속 기술을 알 수 있는 유물이 많이 있답니다.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감수=이청규 교수(영남대 문화인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