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깜깜한 밤은 왜 있을까? 키 쑥쑥 키워주려고 있지요

입력 : 2015.01.22 03:06 | 수정 : 2015.01.22 09:06

저녁 어스름이 사방에 내려앉으면 언제나 그렇듯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 해요.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시던 부모님이 불을 끄고 나가시면, 내 방은 온통 어둠으로 가득해져요.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창밖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바람결에 창문이 덜컹대는 소리, 심지어 내 숨소리까지!

어두운 방을 가르는 작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언뜻 오던 잠도 달아나지요. 그리고 점점 괴이한 상상 속에 풍덩 빠져들지요. 밤 열두 시가 되면 내 장난감들이 모두 살아 움직일 것 같고, 책 속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책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특히 도깨비, 유령, 괴물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면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숨게 돼요. 침대 밑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괴물이 기어올라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심장이 마구 쿵쾅거리기까지 해서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지요.

웅진주니어‘침대 밑에 괴물이 있어요!’ 일러스트
웅진주니어‘침대 밑에 괴물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어둠은 무시무시한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최고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답니다. 어떤 동물들은 새끼나 알을 낳을 때 일부러 안전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 들어가지요. 씨앗 속에 숨은 생명도 오랜 어둠 속에서 활짝 피어날 꿈을 꾼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에도 어둠은 편안함을 주고,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온 세상에 환한 낮만 있다면 우리 몸은 푹 잘 수 없을 거예요.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 것은 물론, 키도 안 크고 몸도 비실비실해질 거예요. 왜냐하면 몸속 '키 쑥쑥, 머리 똑똑, 몸 튼튼'과 관련된 호르몬이 불빛을 보면 꼭꼭 숨어버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밤에도 낮처럼 환한 가로등 부근의 나무나 농작물은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성장이 더디고, 심하면 말라죽기까지 한답니다. 사람의 성장과 건강을 위해서도 역시 어둠은 꼭 필요하답니다.

하지만 오늘도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덜컥 겁이 나나요? 그렇다면 나만의 '무서움을 물리치는 의식'을 정하거나 '잠 친구'를 만들어 보세요.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불에 모아 창밖으로 힘껏 털어버리든지, 무서운 괴물이 괴로워하며 도망갈 만한 노래를 정해 큰 소리로 불러보는 것도 좋답니다. 밤새 나를 지켜줄 잠 친구 인형이나 로봇을 정해서 꼭 끌어안고 눕는 것도 좋지요.

잠자리에서는 일부러 자려고 애쓰기보다는 내일 있을 즐거운 일들을 상상해보세요. 기대를 가지고 두근두근 내일을 기다리는 것은 무척이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랍니다.

[부모님께]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낮에 충분히 활동해야 합니다. 혹시 아이가 겨울이라고 집에 웅크리고 있지는 않나요? 아이와 함께 햇볕을 충분히 받으며 신나게 뛰어놀아 보세요. 이 밖에 잠자기 전에는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잠을 푹 자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방민희·서울 관악초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