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쏙쏙! 수학

미역 20g·간장 1큰술… '계량 수학' 알면 요리 뚝딱

입력 : 2015.01.22 03:06 | 수정 : 2015.01.22 09:05

조리법 따라 재료와 양 조절하면 누구나 똑같은 음식 만들 수 있어
무게·부피 등 재는 계량 수학
자동차 설계도 만들 때도 쓰이고 음식 판매하는 식당서도 유용해요

"자, 아빠표 자장 라면이 나왔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선영이는 아빠가 끓여주신 자장 라면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어요.

"맛은 어때?"

"정말 최고예요! 세상에서 아빠가 끓여주시는 자장 라면이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항상 맛있게 끓이세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비결이라고 한다면, 요리에 수학을 활용한다는 거지."

"요리에 수학을요? 요리와 수학이 관련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요. 요리는 그냥 감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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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창우

"하하. 그렇지 않아. 뛰어난 요리사일수록 철저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요리한단다. 선영아, '레시피(recipe)'라는 용어 들어본 적 있니?"

"네.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순서를 레시피라고 하잖아요?"

"잘 알고 있구나. 그럼 이 요리책에 나와 있는 미역국 레시피를 한번 읽어볼래?"

"음. 재료 분량 4인분, 조리 시간 1시간. 재료는 마른미역 20g, 쇠고기 국거리용 200g, 양념으로는 청주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3큰술, 국간장 2큰술…. 아빠 말씀을 듣고 읽어보니 정말 숫자가 많이 나오네요?"

"그렇지? 그 외에도 예를 들면 물, 간장, 소금을 몇 대 몇으로 비율로 맞추라거나 재료를 5㎝ 길이로 썰고 45도 각도로 어슷하게 썰라는 등 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많이 나오지. 그 이유를 한번 생각해볼까? 만약 이 레시피에서 숫자를 전부 뺀다면 과연 이것을 본 사람이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못 만들 것 같아요. 재료는 알아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모르고, 얼마나 익혀야 하는지 모르니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될 것 같아요."

"그렇지. 조리법은 누구나 동일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인데,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맛이 난다면 의미가 없는 거겠지.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 회사가 '튼튼차'라는 신제품을 발표했다면 그 차를 원하는 고객에게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똑같은 재료와 공정을 통해 설계도대로 제작해야겠지? 그렇지 않다면 매번 다른 튼튼차가 만들어질 거야."

"아. 생각해보니 음식점에서도 메뉴에 있는 음식 맛이 늘 같아야 사람들이 또 찾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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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특히 판매용 음식을 만드는 식당은 재료의 무게, 부피, 온도, 시간 등을 재는 저울, 계량스푼, 계량컵, 온도계, 염도계, 시계 등 측정·측량 기기를 활용해 정확한 계산으로 요리를 만들지. 이렇게 수를 헤아리고 무게와 부피 등을 재는 것을 '계량 수학'이라고 말하기도 해."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요리와 수학이 깊은 관련이 있네요."

"물론이야. 수학은 종이에 숫자와 기호를 이용해 문제를 푸는 학문이라고 생각해 실생활과는 관련이 크게 없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하지만 수학은 실생활 곳곳에 담겨 있지. 요리사들도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잖아. 하지만 항상 그 과정을 정확히 측정해 수학적으로 기록해 두면, 실패를 표본 삼아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된단다."

"꼭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것 같네요."

"알고 보면 요리사도 과학자나 다름없어. 식품의 맛과 영양을 연구하고 먹는 사람의 건강 상태나 나이 등을 고려해 음식을 만드니까. 요즘은 이런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더해져 '분자 요리(음식의 질감 및 요리 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변형하거나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창조하는 것)'란 것도 만들어지고 있어."

"분자 요리요? 분자라면 과학 시간에 자주 나오는 그 분자 말씀이세요?"

"응. '분자'라는 것은 물질의 고유 성질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이지. 예를 들어, 물(H₂O)은 수소원자(H) 2개와 산소원자(O) 1개가 결합한 물 분자가 무수히 많이 뭉쳐져 있는 것이지. 즉, 분자 요리는 음식을 다양한 분자의 집합이란 발상을 통해 실험실에서 실험하듯 만들어진 음식을 뜻하지. 어떤 요리의 분자가 80℃에서 변형이 일어나 맛과 영양이 떨어진다고 하면 그것을 막기 위해 80℃ 이하까지만 가열하는 것이지. 미국의 수학자 더글러스 볼드윈은 열이 전해지는 방정식을 활용해 세균을 죽이면서도 맛과 영양은 지켜내는 최적의 온도와 시간을 계산해내기도 했어. 미국의 물리학자인 피에프 파노프스키도 칠면조 구이를 가장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수학 공식을 발표하기도 했어."

"우아. 요리사가 꿈인데, 요리를 잘하려면 수학도 게을리해선 안 되겠네요?"

"그래. 하지만 요리에서 수학보다 더 중요한 건 정성이란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면 자연스레 좋은 음식이 만들어질 테니까."

"네, 아빠. 명심할게요."

[함께 생각해봐요]

최적의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부모님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려 보세요.

〈예시: 김치볶음밥〉

재료 분량 1인분, 조리 시간 15분

재료:
김치 ½컵, 양파 ¼개, 밥 1공기, 달걀 1개
양념장: 설탕 0.5큰술, 김치 국물 3큰술, 고추장 0.3큰술
양념: 참기름 1큰술, 통깨 약간

〈요리 순서〉

1. 김치는 1㎝ 두께로 작게 썰고, 양파는 굵게 다진다.
2. 중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 2큰술과 참기름을 두른다.
3. 김치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다가 양파를 넣고, 조금 더 볶는다.
4. 밥을 넣어 주걱으로 저어가며 볶다가 양념장을 붓고 뒤섞으며 볶는다.
5. 달걀은 따로 프라이한 뒤, 밥에 올리고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여러 가지 단위', 5학년 2학기 '비와 비율'

김은숙·어린이 수학 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