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숯불을 끌 때, 물 대신 흙 사용하는 이유는?
야영장에서 화력 강한 숯불 끌 땐 흙으로 산소 차단하는 게 효과적
물 뿌리기·탈 물질 제거하기 등 연소 조건 알면 불 끌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빠른 대응이에요
"아파트 및 오피스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사고가 있어요. 바로 화재 사고예요. 다른 사고와 달리 화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범위가 넓어지는 특징이 있어서 한번 발생하면 큰 인명·재산 피해가 생겨요.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특히 화재가 더 자주 일어나 소방관 아저씨들이 더욱 바빠집니다. 그렇다면 왜 겨울에 불이 자주 날까요?
화재 사고를 이해하려면 우선 물체에 불이 붙는 원리부터 알아야 해요. 오늘날에는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 불을 붙일 수 있지만, 초기 인류는 화산 폭발이나 낙뢰 등 자연현상으로 일어난 불이 아니면 불을 보거나 사용하지 못했답니다. 불을 일으키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 ▲ 그림=정서용
만약 여러분이 성냥, 라이터 같은 도구 없이 무인도에서 불을 피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글, 사막 등 오지를 탐험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나무끼리 세차게 비벼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불을 붙이는 것은 무척 어렵답니다. 물체가 마찰할 때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데, 마찰력이 강할수록 발생하는 열도 커져요. 하지만 물질마다 불이 붙는 최저 온도, 즉 발화점(發火點)이 다릅니다. 어떤 물체는 섭씨 60도의 낮은 온도에서 타기도 하고, 어떤 물체는 1000도가 넘는 온도에서도 타지 않아요. 나무의 발화점은 400도 정도여서 보통 사람 힘으로는 그만큼 마찰열을 만들기 어렵지요.
그렇다고 발화점 이상의 온도만 갖춰지면 불이 붙는 것도 아니에요. 물체가 불에 타는 현상을 '연소(燃燒)'라고 하는데, 물체가 연소하려면 탈 물질과 발화점 이상의 온도, 그리고 충분한 산소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나무로 불을 피울 때, 장작을 그냥 쌓기보다 지그재그로 쌓아 공기가 들어갈 공간을 많이 만들면 더욱 잘 타오른답니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이러한 연소 조건이 잘 갖춰진 계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겨울에는 대기가 건조해요. 건조하다는 것은 공기 중에 습기가 적다는 뜻입니다. 종이는 쉽게 불에 타지만, 물에 젖은 종이는 잘 타지 않지요? 공기 중에 습기가 많으면 물체의 발화점은 더 높아지고, 반대로 건조하면 물체의 발화점은 낮아져요. 또한 겨울은 춥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사람들이 불을 더 자주 씁니다.
연소에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세 조건 중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화재 진압 시 세 가지 조건을 차단하는 방법을 쓰지요. 불을 끄는 방법에는 우선 '질식소화법'이 있어요. 산소가 부족해 사람이 숨 쉬지 못하는 상황을 '질식(窒息)'이라고 하는데, 산소를 차단하면 연소도 일어나지 않아요. 혹시 야영장에 놀러 가서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은 적 있나요? 숯불은 쉽게 꺼지지 않고 화력도 강해서 완전히 끄지 않으면 불씨가 살아나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요. 그런데 보통 숯불을 끌 때는 물을 붓지 않고 흙으로 덮는 방법을 써요. 흙으로 산소를 차단하여 불을 끄는 질식소화법의 일종이지요. 과학 실험실에서 자주 쓰는 알코올램프도 뚜껑을 닫아 불을 끄는데, 이 역시 질식소화법이랍니다.
그다음으로 주변 온도를 발화점 아래로 내리는 '냉각소화법'이 있어요. 물을 뿌려서 끄는 방법이 바로 대표적 냉각소화법이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찬물보다 더운물을 뿌렸을 때 불이 잘 꺼진답니다. 더운물일수록 빨리 수증기로 변하는데, 수증기가 많이 발생할수록 불과 산소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에요.
탈 물질을 제거해 더는 불이 번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제거소화법'이라고 해요. 제거소화법은 불을 끄는 장비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써야 할 방법이기도 해요. 불이 난 것을 발견하였는데, 폭발물이나 인화성 물질(휘발유같이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불이 붙는 물질)이 근처에 있다면 그것부터 치워야만 큰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화재 진압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처'예요. 그래서 소방관 아저씨들은 화재 신고를 받으면 최대한 빨리 화재 현장에 가고자 항상 준비하고 계시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짓 신고를 하는 사람, 소방차가 가는 길을 비켜주지 않거나 좁은 길에 함부로 주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소방관 아저씨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추운 겨울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고생하시는 소방관 아저씨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겠지요? 우리 모두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표어를 잊지 맙시다.
[함께 생각해봐요]
석유를 뽑아내는 유전(油田)에서 불이 나면 그 화력이 엄청날 뿐 아니라 끊임없이 타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을 끌 수 없다고 해요. 그렇다면 유전에서 불이 났을 때는 어떤 소화법을 사용할까요?
해설: 폭탄을 사용해요. 폭탄이 터질 때 주변의 산소를 다량으로 소모하거든요. 폭탄을 터뜨리면 유전 내 산소가 없어지면서 불이 자연히 꺼지게 되지요. 이것은 산소를 차단하는 일종의 질식소화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관련 교과] 6학년 2학기 '연소와 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