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빙하에 갇힌 플랑크톤, 남극 동물의 먹이 된대요

입력 : 2015.01.12 03:05 | 수정 : 2015.01.12 09:06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고요한 물 위로 설산이 비칩니다. 마치 한 편의 수묵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지요? 사진 속 장소는 남극 반도의 빌헬미나(Wilhelmina) 만이에요. 벨기에 탐험대가 처음 발견하였는데, 당시 네덜란드 여왕이던 빌헬미나 여왕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지요. 또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 웨일미나(Whale-mina) 만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곳에 혹등고래가 자주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고요한 물 위를 보면 군데군데 수련 잎이 놓인 것처럼 얇은 얼음이 떠 있습니다. 설마 바닷물이 얼어버린 것일까요? 맞아요. 이것은 차갑고 잔잔한 바다에서 둥글게 형성되는 얼음으로, '팬케이크 아이스(pancake ice)'라고도 불린답니다.

[사진으로 보는 세계] 빙하에 갇힌 플랑크톤, 남극 동물의 먹이 된대요
/한성필 사진작가
사실 바닷물은 염분이 많아서 잘 얼지 않아요. 염분이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을 방해하여 물이 고체 상태인 얼음으로 변하는 것을 막거든요. 그래서 순수한 물은 0℃에서 얼지만, 바닷물은 온도가 이보다 훨씬 낮아야 얼기 시작한답니다. 바닷물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면, 물 분자들은 염분을 밀어내고 순수한 물 분자들만 결합하여 얼음이 되지요. 이때 밀려난 염분 때문에 주변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짙어진답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얼음 속에는 종종 식물성 플랑크톤 같은 생물들이 들어 있기도 해요. 순수한 물은 온도가 4℃일 때 가장 무겁지만, 염분을 포함한 바닷물은 온도가 낮아지면 이보다 더 무거워져 점차 아래쪽으로 가라앉거든요. 이 상태에서 얼음이 형성되면 주변 생물이 얼음 속에 갇히고, 얼음과 함께 바다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러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빙하 조류(ice algae)'라고 해요. 보통 남극의 겨울철에 얼음 속에 갇혔다가 여름이 되면 얼음이 녹으면서 다시 번식하지요. 이 빙하 조류는 남극 바다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근원이 되어 혹한의 남극에서도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답니다.

한겨울 추위에 여러분의 몸도 마음도 많이 움츠러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얼음 속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빙하 조류처럼 우리 모두 내실을 다지는 겨울방학을 보내도록 노력해 봐요.


김옥선 용인 흥덕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