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양털로 만든 '울', 사람 털과 같은 성분이래요

입력 : 2015.01.06 03:05 | 수정 : 2015.01.06 09:05

개 다음으로 인간의 가축이 된 양
털을 깎아도 다시 자라기 때문에 따뜻한 옷감 꾸준히 얻을 수 있어요
석회로 양가죽 표백해 만든 '양피지', 유럽에서 종이 대신 썼답니다

"2015년 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2015년은 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예요. 동양에서는 예부터 열두 가지 동물로 연도의 이름을 정하고, 그 동물의 장점을 들어 새해에 좋은 의미를 부여했어요. 올해도 많은 사람이 양이 가진 장점을 이야기하며 희망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하지요. 그럼 양은 어떤 특징을 가진 동물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양'이라고 하면 온몸을 뒤덮은 하얀 솜털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양은 많은 양 가운데 한 종류일 뿐이에요. 양은 사실 소처럼 큰 몸집의 야생동물이었어요. 털도 본래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무성하지 않아서 염소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지요. 양은 개 다음으로 가축이 되었을 만큼 인류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동물이었습니다. 양고기는 맛이 좋은 데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양젖은 사냥하며 살던 초기 인류에게 귀한 영양식이 되었거든요. 또 양에게서 얻은 부드러운 털로 추위도 이겨냈지요. 초기 인류는 양의 이동을 따라 함께 옮겨다니다가 살기 좋은 지역에 정착하면서 양을 사육하기 시작하였어요.

양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양의 첫째 장점은 많은 양의 털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실을 짜서 옷감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던 옛 사람들은 동물의 털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특히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동물의 털가죽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지요. 하지만 털가죽을 이용하려면 필연적으로 동물을 죽여야 했기 때문에 털가죽 옷도 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양은 한 번 털을 깎아도 털을 길러 또다시 깎을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한 옷을 많이 만들 수 있었지요. 양털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 주성분인데, 그 속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이 서로 결합하여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요. 그 덕분에 탄성이 매우 좋아서 잡아당겨 곧게 펴졌던 털도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지요. 즉 잘 늘어나고 줄어들어 옷을 만들기에 적합해요. 또한 감촉이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며 습기도 잘 배출하고요. 양털은 그대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섬유)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그것을 '울(wool)'이라고 해요. 양털의 케라틴은 우리 몸의 털과도 성분이 같아서 매우 인체 친화적인 섬유랍니다.

양 일러스트

그렇다고 모든 양에게서 털을 얻는 것은 아니에요. 가축으로 키우는 양은 모용종(털), 모육겸용종(털·고기), 육용종(고기), 유용종(젖), 모피용종(털가죽) 등 용도에 따라 그 종류가 달라요. 우리가 털을 얻는 양은 거의 '메리노종'인데, 메리노종은 털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 인간이 개량한 품종이에요. 메리노종은 피부에 주름이 많아서 피부 표면적이 넓어 털도 무척 많지요. 또한 동물은 보통 날씨 변화에 따라 스스로 털 길이를 조절하는데, 메리노종은 이런 털갈이 능력이 사라져 사람이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주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더운 날씨에 무더위로 목숨을 잃거나 주름 사이에 벌레들이 번식하여 살이 썩기도 한대요. 지금 우리가 아는 양의 모습은 사람의 필요에 인해 만들어진 셈이지요.

더 큰 문제는 털을 얻기 위해 양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양을 기르는 사람들이 양털 생산량을 무작정 늘리려 하다 보니 너무 이른 시기에 털을 깎아 추위로 죽는 양들이 매년 약 100만 마리나 된다고 해요. 또 주름 사이에 구더기가 생기지 않게 한다는 명목으로 꼬리와 엉덩이 살을 잘라내는 등 양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동물 보호 단체들은 양털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양을 해치는 일이라며 양털 제품 사용을 반대하지요. 물론 우리가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동식물을 먹고 이용해야 해요. 하지만 최소한의 소비만 하여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양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이로움을 준 고마운 동물이에요. 그래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 중에서도 으뜸으로 여겨졌어요. '아름답다'는 뜻의 한자인 '美(미)'도 '양 양(羊)'자와 '큰 대(大)'자가 합쳐진 것이지요. 이렇게 양은 예부터 아름답고 훌륭한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양의 가죽으로 책을 만들기도 했다는 거예요. '양피지'는 양의 가죽을 깨끗이 씻고 털을 뽑은 다음 석회로 표백한 후에 표면을 돌 등으로 문질러 만든 것인데,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고 바느질로 묶어 책을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유럽에서는 종이 산업이 발전하기 전까지 성서와 각종 역사적 기록, 문학 작품들이 양피지에 기록되었답니다.

어때요? 알고 보니 양은 인류에게 참으로 고마운 자연의 선물이지요? 2015년은 긴 역사 속에서 인류를 위해 희생해 온 양을 생각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요.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함께 생각해봐요]

양을 비롯한 대다수 초식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고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연약한 초식동물의 새끼는 쉽게 육식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어요. 태어나자마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천적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방편이지요. 육식동물이 태어나서 눈을 뜨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시신경이 초식동물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어요.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