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사라져가는 우체통, 우리나라에선 130년 전에 처음 생겼대요

입력 : 2014.12.29 03:05 | 수정 : 2014.12.29 06:34
여러 나라의 거리를 걷다 보면, 나라별로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의 우체통을 볼 수 있습니다. 초록색 둥근 우체통은 아일랜드, 앙증맞은 노란색은 모로코, 눈 쌓인 파란 우체통은 미국의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우체통이에요. 예쁜 우체통을 보니 당장에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 않나요?

우편 제도는 옛날 페르시아의 역마(驛馬) 제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수도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마다 역(驛)을 설치하고, 말(馬)을 이용하여 마치 릴레이 경주를 하듯 편지·문서 등을 전달한 제도예요. 로마제국도 거대한 도로망을 따라 역을 설치하여 드넓은 영토를 통치하였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역마 제도가 시행되었고, 고려시대에 조직적으로 정비되었다고 해요.

우체통.
/한성필 사진작가
하지만 이러한 역마 제도는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주로 군사 정보나 공문서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쓰였지요. 15세기 말 유럽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책이 늘고 교육이 확대되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러자 개인 간에 편지를 주고받는 일도 늘었지요. 하지만 우편배달 비용이 너무 비싸서 대중이 이용하기란 쉽지 않았답니다.

1837년 영국 교육자인 롤런드 힐(Rowland Hill)은 우편 요금 체계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체국의 개혁'이란 글을 발표하였어요. 그가 내놓은 개혁안은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지요. 곧이어 1840년 합리적 요금 체계가 마련되고, 우표를 이용한 결제 방법이 채택되면서 근대 우편 제도가 탄생하였습니다. 이후 우편 제도는 마차·철도·자동차·항공기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오면서 더욱 발전하였어요.

넷째 사진에 보이는 빨간 우체통은 몇 년 전 경남 함양의 산골 마을에서 마주친 우리나라 우체통이에요. 우리는 이동통신과 인터넷 발달로 이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거의 없지만, 깊은 산골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우체통과 집배원이 바깥소식을 전해주는 반가운 전령이랍니다. 하지만 해마다 편지 쓰는 사람이 줄어 철거되는 우체통이 많아졌다고 해요. 앞으로는 길에서 우체통을 만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우정총국이 창설되며 우리나라에 근대 우편 제도가 시작된 지 130년이 지났어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안부를 물을 수도 있겠지만, 다가오는 새해에는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에게 편지로 따뜻한 안부를 묻는 것은 어떨까요?


김옥선 용인 흥덕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