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80만년 뒤 미래인, 마치 짐승 같아

입력 : 2014.12.24 03:06 | 수정 : 2014.12.24 09:04

[46]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머신'

시간여행으로 만난 80만년 뒤 인류… 계층 따라 종족 나뉘어 크게 대립

웰스, 120년 전 빈부격차 문제 경고
오늘날 더 심각해진 사회 양극화… 해결 못 하면 미래가 어두워져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요? 최근 많은 관심을 받은 영화 '인터스텔라' 속 지구는 환경오염과 식량 위기로 인류가 더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생존 가능한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향하였지요. 또 다른 영화 '월-E'에서도 지구의 미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아요.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찬 미래 지구에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로봇 월-E만 남았고,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우주를 떠돌아다닙니다. 소설 '타임머신'을 쓴 허버트 조지 웰스도 앞서 소개한 두 영화처럼 미래의 지구 모습을 암울하게 그렸어요.

1895년 발표된 '타임머신'은 처음으로 과학적 가설을 적용하여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한 소설이에요. 물론 그전에도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은 있었지만, 허버트 조지 웰스는 허무맹랑하게만 보이던 시간 여행을 '있을 법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지요. '시간 여행(time travel)'이란 SF(공상과학) 용어도 이 소설에서 탄생하였어요.

[책으로 보는 세상] 80만년 뒤 미래인, 마치 짐승 같아
/그림=이병익
소설의 주인공인 '시간 여행자(The time traveller)'는 사람은 모두 지금이라는 시간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같은 시간에 머물지 않으므로, 시간이 흐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여행한다면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타임머신을 만들어 시간 여행을 시도하지요. 시간 여행자가 간 곳은 무려 80만년 후의 미래였습니다. 서기 80만2701년이었지요. 그때 지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나를 본 사람들이 가까이 오는 목소리가 들렸네. 그들은 잔디밭으로 통하는 통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가녀린 종족이었네. 아마도 4피트(약 120㎝) 정도의 키였던 것 같고, 가죽 허리띠와 샌들이라고 할지 장화라고 해야 할지 모를 신발을 신고 무릎까지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네. 그 모습을 보고서야 나는 비로소 공기가 따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네. 그 존재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또한 말할 수 없이 연약하게 보였네. 나는 80만2000년경의 사람이라면 지식, 예술, 그 외의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네.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

시간 여행자가 만난 미래 사람들은 가느다란 팔다리에, 우아하지만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래 세계에는 날벌레나 잡초, 세균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전염병의 흔적도 없었어요. 사람의 힘은 쓸수록 강해지는데, 위험 요소와 투쟁이 없는 상태로 안전과 편안함을 추구하다 보니 미래 사람들은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만 것이에요. 애써 가꾸지 않아도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리는 미래에서는 땀 흘려 일할 필요도 없었지요. 그런데 시간 여행자가 만난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짐승의 모양을 제대로 기억할 리가 없겠지. 하지만 칙칙한 하얀색에 묘한 회적색 눈을 가졌으며, 머리를 지나 등에 이르기까지 엷은 황갈색 털이 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네. 그는 자세히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빨리 달아나 무너진 기둥 폐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네."

'타임머신' 속 미래 사회의 인류는 지상에 사는 어린아이 같은 엘로이족과 지하에 사는 야행성 짐승인 몰록족으로 나뉘었던 것입니다. 지상을 소유한 엘로이족이 안락한 삶을 누리는 동안 몰록족은 엘로이족을 위해 지하에서 일하며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분화하였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식량이 부족해지자 몰록족은 엘로이족을 공격해 잡아먹기에 이르러요.


#이야기

베트남 수도 하노이 모습이에요.
베트남 수도 하노이 모습이에요. 신흥 부촌인 쉬프트라 지역과 그 앞 판자촌의 대조적 모습이 베트남의 빈부 격차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조인원 기자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빈부 격차가 30년간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34개 회원국 가운데 약 75% 국가에서 상위 10%의 가계 소득이 하위 10% 가계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 불평등이 심화하였다고 밝혔지요. 또한 OECD 회원국 인구 중 소득 상위 10%는 하위 10% 소득의 9.5배를 벌어들이며, 이 비율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해요.

허버트 조지 웰스가 이 소설을 발표한 1800년대는 산업혁명 후 사회계층이 분화하던 시기였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공장이 많은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지 못하여 누추한 곳에서 살았지만,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부를 쌓고 안락하게 살았지요. 허버트 조지 웰스는 이렇게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격차가 심각해지면 이 세상에서도 '타임머신' 속 엘로이족과 몰록족의 대립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리에게 빈부 격차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상에는 즐거움과 안락함, 아름다움을 좇는 가진 자들이 살게 되고, 지하에는 주어진 노동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노동자들, 즉 가지지 못한 자들이 살게 되겠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는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사회 양극화 문제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나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미래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타임머신' 속 어두운 사회가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함께 생각해봐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로널드 몰렛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타임머신을 고안하였다고 해요. 여러분은 만약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언제, 어떤 곳으로 가고 싶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주영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