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가장 순수한 감정, 눈물 속에 담겼어요

입력 : 2014.12.19 05:44 | 수정 : 2014.12.19 09:10

부은 눈으로 울며 기도하는 성모화, 아들 잃은 고통·슬픔 느껴져
울보 아이 그림은 순진함 나타내요
눈물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 위해 유리로 가짜 눈물 만든 '만 레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액체인 눈물은 소중한 눈을 보호할 목적으로 분비되는 생리적 눈물과, 감정에 의해 흐르는 심리적 눈물로 나눌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감정에 의한 눈물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절망, 사랑과 감사, 후회와 반성 등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눈물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디르크 바우츠는 슬픔과 고통의 눈물을 작품 1에 표현하였어요.

작품 1. 디르크 바우츠, ‘슬픔에 찬 성모’ 사진
작품 1. 디르크 바우츠, ‘슬픔에 찬 성모’, 1470~1475년경.

작품 1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성모 마리아가 신에게 눈물 어린 기도를 바치는 이유는 사랑하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냈기 때문이에요. 성모는 통곡하지도 않고 고통으로 몸부림치지도 않아요.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살피면 그녀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두 눈을 보세요. 얼마나 서럽게 울었으면 저렇게 눈이 퉁퉁 붓고 붉게 충혈되었을까요? 속눈썹에 맺힌 작은 눈물방울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방울도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말해주고 있어요. 성모 마리아의 눈물이 감동을 주는 것은 크나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를 종교적 믿음으로 견뎌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 앞에서 흘리는 이 눈물에는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감정이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하지요.

작품 2. 양대원, ‘검은 눈물’ 사진
작품 2. 양대원, ‘검은 눈물’, 2011년.

우리나라 예술가 양대원은 특이하게도 검은 눈물을 표현하였어요. 작품 2를 보세요. 그는 왜 맑고 깨끗한 눈물이 아닌 검은 눈물 한 방울을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요? 또 검은 사람이 눈물방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눈물을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은 눈물이 일반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에요. 눈물은 슬픔이나 아픔, 절망을 상징하거든요. 검은 눈물을 커다랗게 그린 것은 사람들을 울게 하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세상에 너무 많이 일어난다는 뜻이지요. 그림 속 사람처럼 인류도 고통과 눈물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대원 작가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자고 말해요. 인류를 상징하는 검은 인간도 눈물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있으니까요.

작품 3. 인준, ‘읍(泣)’ 사진
작품 3. 인준, ‘읍(泣)’, 2008년. /어반아트 제공

그런가 하면 중국의 현대작가 인준은 재미있게도 울보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네요. 작품 3에서는 두 아이가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어요. 얼마나 요란하게 우는지 눈물방울이 분수처럼 퍼져 나가고 눈물·콧물로 뒤범벅되었네요. 그런데도 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아요. 슬프기는커녕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하지요. 왜냐하면 이 아이들의 눈물은 슬픔이나 아픔을 의미하지 않거든요.

아이들은 툭하면 눈물을 흘려요. 말을 익히기 전까지는 울음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곤 하지요. 아이들은 왜 그토록 쉽게 자주 울까요? 감정이 풍부하며, 자기감정을 감추지 않고 매우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의 눈물은 어른의 눈물처럼 무겁거나 어둡지 않아요. 인준 작가는 아이들의 눈물은 순진무구함과 건강함,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밝고 화려한 색채로 울보 아이들을 표현한 거예요.

작품 4. 만 레이, ‘유리 눈물’ 사진
작품 4. 만 레이, ‘유리 눈물’, 1932년.

미국 예술가 만 레이는 놀랍게도 가짜 눈물을 작품 4에서 표현했군요. 여자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실제 눈물이 아니라 유리로 만든 가짜예요. 눈물을 연출하기 위해 여자의 얼굴 중에서 눈 부분을 확대하고, 눈길을 위쪽으로 향하게 한 후 사진을 찍은 것이지요.

왜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에 유리 눈물을 붙였을까요? 눈물에는 인간적인 감정이나 영혼이 담겼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예요. 이런 생각은 "이런 유리 눈물방울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다"라는 만 레이의 말에서도 드러나지요. 아울러 여자의 눈물은 아름다움을 빛나게 하는 장신구와 같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예로부터 미인의 눈물은 진주나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에 비유되었거든요.

작품 5. ‘백조 모양 병(Swan-neck Bottle)’ 사진
작품 5. ‘백조 모양 병(Swan-neck Bottle)’, 19세기 이란.
눈물에 관한 예술 작품은 인간에게 눈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19세기 이란에서 만들어진 백조의 긴 목과 몸체를 닮은 눈물 병(작품 5)을 감상하면 여러분도 이 생각에 동의하게 될 거예요. 작품 5는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눈물을 담는 병으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예부터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고대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슬픈 일을 당할 때 흘리는 눈물을 병에 모아 보관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마련인데 슬픈 감정을 속으로만 삭이면 마음에 병이 생겨요. 하지만 울고 나면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지요. 눈물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물질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현대인에게도 부정적 감정을 씻어주는 눈물 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명옥·사비나 미술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