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중력 강한 블랙홀, 빛까지 흡수해요

입력 : 2014.12.09 05:45 | 수정 : 2014.12.09 09:05

블랙홀 흡수 물질, 화이트홀로 나와…
둘 사이 통로인 '웜홀'로 이동하면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우주여행
중력 세면 시공간 휘어 시간 느리고 중력 약한 인공위성은 시간 빨라요

"웜홀로 제2의 지구를 찾을 수 있을까?"

"블랙홀과 가까운 행성에서는 정말 시간이 느리게 갈까?"

요즘 '인터스텔라'라는 SF영화가 큰 인기예요.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제2의 지구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지요. 이 영화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우주과학 원리와 이론을 접목하여 사실감을 잘 살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적 요소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2년 후면 민간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고 해요. 우리도 영화에서처럼 태양계 밖의 다른 행성에 갈 수 있다는 얘기일까요?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아요. 보통 말하는 '우주'는 대기가 희미하고, 지구 중력이 약하게 작용하여 무중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하거든요. 국제우주정거장(ISS)도 지구와 고작 350㎞ 정도 떨어졌을 뿐이에요. 앞서 말한 민간인 우주여행은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수준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그것도 일반인이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영국 항공업체 '버진 갤럭틱'이 책정한 우주여행 비용은 한 사람당 2억50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싼 데다, 지난 10월 말 시험 비행에서 폭발사고가 났을 정도로 위험하니까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그렇다면 다른 행성으로의 여행은 어떨까요? 현재 기술로는 지구와 이웃한 화성까지 가는 데도 최소 6~7개월이 걸려요. 태양계 밖의 행성으로 가는 일은 더 어렵지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도 4.3광년이거든요. '1광년(光年)'이란 빛이 1년 동안 나아간 거리를 뜻하는데,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돌 정도로 빨라요. 그런 빛이 4.3년을 가야 한다니,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먼 거리이지요? 게다가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도 2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답니다.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요? 안타깝게도 현재 기술로 만든 가장 뛰어난 우주선도 광속(光速)의 1%밖에 낼 수 없다고 해요. 또한 물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질량이 점점 증가하여 무한대에 가까워지므로 절대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하니,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들은 '웜홀'과 '블랙홀'을 이용하여 여행한답니다.

웜홀(Worm hole)은 '벌레 구멍'이라는 뜻이에요. 벌레가 사과의 한쪽 표면에서 반대쪽 표면으로 이동할 때, 표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사과를 뚫고 반대편으로 나오는 것이 이동거리가 더 짧겠지요? 이처럼 우주도 사과 표면같이 구부러졌으므로, 구멍을 뚫고 들어가면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웜홀이 실제로 존재할까요? 웜홀 개념은 블랙홀 이론에서 나왔어요. 물리학의 거장 아인슈타인은 '별이 수명을 다하면 한 점으로 수축한다'는 이론에 따라 부피는 없고 질량은 엄청나게 큰 천체인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했는데, 이 블랙홀은 중력이 엄청나게 커서 주변의 물질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심지어는 빛까지 빨아들여서 검게 보인다고 하였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가 관측되면서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이 커졌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런데 블랙홀이 주변의 것들을 빨아들인다면, 다시 방출하는 곳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학자들도 있었어요. 블랙홀과 반대되는 '화이트홀(White hole)'도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등장한 것이에요. 그리고 그 통로는 우주 공간 사이를 이어주어 먼 우주로의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답니다. 종이의 양끝에 점을 찍고 종이를 구부려 점을 맞닿게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렇게 우주 공간 사이를 잇는 통로가 바로 웜홀이지요. 현재는 발견된 웜홀이 없지만, 많은 물리학자가 우주 공간에 아주 작은 10m 정도 크기의 웜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웜홀이 블랙홀과 관계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도 나와서, 만약 영화에서처럼 지구와 가까운 지점에 커다란 웜홀이 나타난다면 이를 통한 우주여행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또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주인공이 자신의 딸보다 훨씬 젊은 모습이 나와요. 이 장면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영화에서는 '밀러'라는 행성이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은 이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같다고 말해요. 왜 그럴까요?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하기 때문에 중력이 강한 곳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하지요. 실제로 지구에서 2만㎞ 떨어진 인공위성은 지구 표면보다 하루에 100만분의 45.7초씩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해요. 그래서 만약 블랙홀과 같이 거대한 중력의 영향을 받는 장소라면 영화에서처럼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를 수도 있어요.

어떤 학자는 '인간이 무한한 우주를 탐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 또한 무한하기 때문이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인류가 우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한다면 우주여행의 꿈도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수년간의 긴 우주여행 동안 탑승객이 동면(겨울잠)하게 하는 장치가 등장해요. 동면하면 신체대사가 느려져 식량을 아낄 수 있고, 노화도 방지할 수 있지요. 또한 장시간 여행에 따른 스트레스도 없앨 수 있어요. 이런 동면 기술은 실제로 가능할까요?

해설: 현재도 ‘아데노신’ ‘T1AM’ 등 겨울잠 유도물질을 인체에 투여해 체온을 5~10도 떨어뜨리는 ‘저체온 요법’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수년 동안은 불가능하고, 일주일 정도만 동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요.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지구와 달', 5학년 2학기 '태양계와 별'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