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갔어요
희망 담은 '천국의 문'… 금빛 찬란히 빛나요
[95] 천국의 문 展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페스트 물리친 기념으로 만든 문
평생 세례당 문 조각한 기베르티, 27년간 배경까지 정성들여 제작
미켈란젤로, '천국의 문'이라 불러
어느새 12월이 되었어요. 이맘때면 연초에 계획한 일을 다 실천했는지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더불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어렵고 힘들게 지내는 이웃이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기도 하지요. 올해는 서로에게 더욱 따스한 위로를 해주어야 해요. 세월호 침몰 사건 등 우리 국민에게 상처를 준 사건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우리 마음에 위로를 주는 전시도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여 우리 국민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는데, 당시 방한 기념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 조반니 세례당에 있는 '천국의 문'(작품 1)이 함께 들어와 전시되고 있어요. 상처 입은 한국 사람들이 직접 그 문을 보고 희망과 치유의 빛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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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 - 로렌초 기베르티, ‘천국의 문’, 피렌체 산 조반니 세례당 동문, 1452.
오래전 유럽에서 페스트(pest·흑사병)라는 전염병이 돌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어요. 페스트를 물리친 뒤 이탈리아 피렌체 장인 조합은 이를 기념하여 청동으로 된 문을 만들기로 합니다. 다시는 이런 참혹한 병에 사람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간절히 기원하면서 세워진 문이 바로 '천국의 문'이지요. 해가 뜨는 동쪽에 놓인 '천국의 문'은 동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양쪽 문을 각각 5칸씩 나누어 총 10개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청동 위에 금을 입혀서 해가 뜰 때면 더욱 찬란하게 빛나요. 그래서 아침에 이 문을 보러 산 조반니 세례당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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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2 - 로렌초 기베르티, ‘천국의 문’의 세부.
15세기 초 피렌체에서는 이 문을 책임지고 만들 최고의 예술가를 공개 모집했어요. 샘플로 보내온 수많은 작품 가운데 조각가 로렌초 기베르티 것이 돋보였지요. 작품 2에서 보듯, 인물의 선이 물 흐르듯 부드럽고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조각임에도 그림처럼 섬세하게 배경을 묘사하였거든요.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가 이 문을 보고 나서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대요. "이 문을 감히 천국의 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고 했다지요. 그래서 이 문은 '천국의 문'이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천국의 문'은 기베르티라는 한 예술가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기도 해요. 기베르티는 1425년에서 1452년까지 약 27년 동안 이 문을 만드는 데 정성을 쏟았어요. 게다가 그 이전에 21년간 북쪽 문을 만든 것을 감안하면, 무려 48년 동안이나 세례당의 문을 제작한 셈이에요. 이 일에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기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기베르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만든 문이 하늘을 향해 열리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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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3 - 니콜로 바라비노, ‘선한 행위를 바탕으로 하는 자선’, 19세기.
작품 3은 성모를 그린 그림이에요. 피렌체 대성당 입구에는 이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모자이크화(작품 4)가 있답니다. 성모는 손에 두루마리를 펼쳐들었는데, 거기에는 '카리타스(caritas)'라고 쓰여 있어요. 카리타스는 그리스도교적 사랑을 이웃에게 베푼다는 뜻입니다. 성모의 발아래에는 피렌체의 부유한 가문을 나타내는 장식들이 보입니다. 그림의 오른쪽에 선 사람들은 각 가문을 대표해서 온 것 같아요. 그들 너머에는 금화가 든 항아리가 쓰러져 있군요. 이것은 부자들이 재산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림 왼쪽에는 성직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고, 그 발치에는 책과 문서통이 놓여 있군요. 무언가 문자로 기록해 둔다는 암시일까요? 아마도 지금 부자에게서 자선을 베풀겠다는 약속을 받으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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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4 - 피렌체 대성당 정문 입구의 반원형 모자이크.
성모 옆에는 12월마다 어린이 여러분이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서 있어요. 이 사람의 이름은 성 니콜라우스인데, 이 그림에서처럼 흰 털이 달린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채 큰 자루를 들고 다녔대요. 어린이들을 특히 사랑하여 배고픈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착한 일을 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 인자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누군가가 떠오르지요? 맞아요. '산타클로스' 전설이 바로 성 니콜라우스에서 유래하였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산타클로스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네요. 날씨가 무척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12월이 되길 바라요.
국립고궁박물관 (02)780-8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