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미세구멍 많은 숯, 습기도 냄새도 빨아들여요

입력 : 2014.12.02 05:29 | 수정 : 2014.12.02 09:23

나무 태울 때 산소 막으면 탄소만 남아… 다른 물질은 기체 되며 구멍 생겨요
손바닥 크기 숯, 축구장보다 면적 넓어

숯에 따뜻한 물 부으면 습기 내뿜고 습한 곳에선 미세구멍이 수증기 흡수

"역시 숯불로 구워 먹는 고기 맛이 최고야."

여러분은 가족과 캠핑을 가본 적이 있나요? 캠핑을 가면 어떤 음식이든 다 맛있지만, 특히 숯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면 그 어떤 고급 식당이 부럽지 않답니다. 대부분은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에 구운 고기보다 숯불을 피워 석쇠에 굽는 게 더 맛있다고 말해요. 그 이유는 숯의 향이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고, 지방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이에요. 또한 숯이 탈 때는 직접 열을 방출하는 형태의 '복사열'을 내보내는데, 이 복사열이 고기의 겉과 속을 동시에 고루 익혀서 고기 안의 수분 함량을 높이고, 완전히 익었을 때도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게 하지요. 이러한 '숯'이 나무를 태워 만든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친구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한 번 태운 나무가 또다시 강한 열을 내면서 탈 수 있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나요?

[재미있는 과학] 미세구멍 많은 숯, 습기도 냄새도 빨아들여요
/그림=정서용
나무를 태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무가 다 타서 하얀 재가 된다는 것을 알 거예요. 나무는 탄소와 수소, 셀룰로오스라는 탄수화물로 이루어졌는데, 나무가 탈 때 이 물질들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와 물, 빛, 열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나무를 태울 때 산소와 반응하지 못하도록 공기를 차단하면, 셀룰로오스가 분해되어 탄소만 남고 나머지는 기체가 되어 빠져나가요. 이것을 불완전연소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나무는 결국 탄소 덩어리인 숯이 되지요. 탄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탈 때 높은 효율로 에너지를 내는 성질을 가져서 연료로 쓰기에 적합해요. 석탄과 석유의 주성분도 바로 탄소이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학교에서 어떤 물질을 태우기 위해서는 산소가 꼭 필요하다고 배웠을 거예요. 불이 났을 때 모래나 이불 등으로 덮어 산소를 차단하면 불이 꺼지지요.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알코올 램프를 뚜껑을 닫아 끄는 것도 같은 원리이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산소를 차단해서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 수 있을까요?

숯은 주로 참나무로 만들어요. 참나무 조직이 치밀하여 숯을 만들었을 때 탄소량이 많기 때문이에요. 탄소량이 많다는 것은 더 오래 타고 화력도 좋다는 뜻이니까요. 숯을 만들 때는 참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마에 넣는데, 산소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빈틈없이 꽉 채워 넣어요. 그리고 가마 위쪽에 불을 지필 작은 구멍만 남겨 놓고, 주변을 황토 반죽으로 막아요. 그런 다음 위쪽 구멍에 불을 지피면 산소는 들어가지 못하고 열만 내부로 퍼져서 나무를 재로 만들지 않고 탄소 덩어리로 남게 하지요. 이렇게 섭씨 600~900도에서 5일 정도 불을 지피고 막아두었던 가마 아래쪽에 구멍을 뚫으면 벌겋게 달아오른 숯이 나와요. 이때 산소와 반응하여 연소하지 않도록 흙으로 덮어 식히면 숯이 완성되는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진 숯은 보통 탄소 85%, 수분 10%, 각종 미네랄 3%, 휘발 성분 2% 정도로 구성돼요.

[재미있는 과학] 미세구멍 많은 숯, 습기도 냄새도 빨아들여요
/그림=정서용
나무가 숯이 되면 탄소 이외의 물질이 빠져나간 자리에 수많은 미세 구멍이 남아요. 그래서 숯의 표면적은 엄청나게 넓지요. 놀랍게도 숯 1g의 표면적은 200~400㎡나 되는데, 이것은 테니스장 넓이에 가까운 크기예요. 손바닥만 한 숯은 축구장보다도 넓은 표면적을 갖는다고 하지요.

스펀지나 화장지가 물을 잘 빨아들이는 이유는 내부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있기 때문인데, 숯은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구멍이 치밀하게 나있기 때문에 흡입력이 무척 강해요. 그래서 숯은 수증기를 잘 빨아들여 습한 곳에 두면 제습기와 같은 기능을 한답니다. 반대로 숯에 따뜻한 물을 부어놓으면, 많은 습기를 내뿜어 가습기 구실도 할 수 있어요.

숯은 습기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나 냄새 분자도 빨아들여요. 그래서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져 자주 환기하기 어려운 시기에 공기청정기 대신 사용할 수 있지요. 숯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과일, 채소를 비롯한 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냉장고 특유의 냄새까지 없애주고요. 물에 넣으면 물을 정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해요. 숯의 미세한 구멍이 물의 이물질을 빨아들이고 미생물의 번식을 막기 때문이지요. 정수기의 필터에 들어가는 활성탄도 사실 숯의 일종이랍니다. 김장독에 숯을 넣으면 김치가 시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쌀통에 넣어두면 쌀벌레도 생기지 않는다고 해요.

숯의 탄소 성분은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요. 그래서 자주 쓰는 가전제품 주변에 숯을 놓으면 좋다고 하지요. 또한 탄소 성분이 방출하는 음이온은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을 땅으로 떨어뜨려 공기를 맑게 하고 우리 몸의 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대요.

나무가 불을 만났을 뿐인데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는 숯으로 재탄생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요? 지금의 과학기술도 알고 보면 자연에서 찾은 것이 대부분이에요. 어쩌면 지금도 숯보다 더 유용한 물질들이 우리에게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것을 찾는 사람은 여러분이 될지도 모르지요.


[관련 교과]
6학년 2학기 '연소와 소화'


[함께 생각해봐요]

숯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할 수 있어요. 숯을 키친 타월로 감싸고 소금물을 충분히 뿌려 적신 후, 키친 타올 주위를 다시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요. 그런 다음 숯과 알루미늄 포일의 한쪽 끝을 각각 집게전선으로 집고, 작은 LED 전구에 연결하면 불이 들어온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전기는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예요. 알루미늄 포일(-극) 속의 전자가 숯의 탄소(+극)로 이동하며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에요. 이때 소금물은 전하를 운반하는 전해질 역할을 해요.


조영선 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