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28명의 대원들, 얼음 덮인 섬에서 살아 돌아오다

입력 : 2014.12.01 05:32 | 수정 : 2014.12.01 09:10

사진 속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눈 덮인 바위섬이 보이지요? 이곳은 남극해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외곽의 엘리펀트 섬(Elephant Island)이에요. 섬 모양이 바다코끼리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랍니다. 사진에서 보듯 얼음으로 덮인 산이 많으며 짙은 안개와 강한 바람, 폭설로 악명 높은 섬이기도 해요. 게다가 빙하와 맞닿은 좁디좁은 해안가를 보면 이곳에선 절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지요.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엘리펀트 섬 사진
/한성필 사진작가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1874 ~1922)은 100년 전인 1914년 12월, 대원 27명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마지막 기항지였던 사우스조지아 섬의 그리트비켄 포경기지를 출발했어요. 이들의 목표는 '세계 최초 남극대륙 횡단'이었지요. 하지만 불과 이틀 뒤 이들은 바닷물이 얼어붙어 떠다니는 부빙(浮氷) 지역에 갇히고 맙니다. 그 후 10개월이나 남극해를 표류하던 일행은 마지막 희망이던 탐험선마저 잃어버리지요. 모든 희망이 사라진 그때 섀클턴은 '전원 무사 귀환'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며 대원들을 독려해요. 그리고 3척의 작은 배에 의지하여 풍랑을 헤치고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 사진 속에 보이는 엘리펀트 섬에 상륙하였지요. 탐험을 떠난 지 497일 만의 일이었어요.

사우스조지아 섬 그리트비켄 포경기지에 있는 어니스트 섀클턴의 묘 사진
사우스조지아 섬 그리트비켄 포경기지에 있는 어니스트 섀클턴의 묘. /한성필 사진작가
그리고 섀클턴을 포함한 6명의 선발대는 이 섬에서 약 1300㎞ 떨어진 사우스조지아 섬으로 구조를 요청하러 떠납니다. 그들은 목숨을 건 항해 끝에 17일째 되는 날 구조 요청에 성공하였어요. 이후 4개월간 필사적인 노력 끝에 엘리펀드 섬에 남은 22명 대원까지 무사히 구해내었고요. 이들은 무려 634일간 영하 30℃의 혹한과 시속 150㎞의 강풍을 견디며 생존한 것이에요. 기적 같은 생환을 이루어낸 섀클턴의 항해를 사람들은 '위대한 실패'라고 부른답니다. 이후 섀클턴은 네 번째 남극 탐험 길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유해는 사우스조지아 섬 그리트비켄 포경기지에 묻혔어요.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섀클턴과 대원들의 이야기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해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의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한성필(사진작가) |
글=김옥선(용인 흥덕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