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보송보송 바다 해면, 4억년 전 지구에도 있었답니다

입력 : 2014.11.27 05:31 | 수정 : 2014.11.27 09:20

바닷속을 배경으로 여러 바다 생물이 등장하는 유명한 만화가 있어. 전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는 이 만화의 주인공은 노란 스펀지를 닮았지. 사람들이 바닷속에 버린 스펀지가 주인공이 된 걸까? 아니야. 바다에 사는 진짜 동물, '해면'이란다. 하지만 해면의 영어 이름도 '스펀지(sponge)'이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해면은 '바다의 솜'이란 뜻이야. 솜처럼 물을 잔뜩 머금을 수 있거든. 우리나라 바닷가에선 색이 고운 보라해면을 흔히 볼 수 있어. 해면을 말려서 수세미로 쓰면 좋겠다고? 맞아, 그렇게도 쓸 수 있는 해면이 있어. 목욕할 때 쓰는 해면은 말랐을 땐 보송보송 스펀지 같다가 물에 젖으면 아주 부드러워져. 바닷속을 탐험하는 다이버들은 바위에 부딪힐 때가 잦은데, 이때 다행히 해면이 덮인 바위라면 폭신해서 충격을 덜 받는단다.

해면 일러스트
그림=박소정(호박꽃‘내가 좋아하는 해면’)
해면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띠고 있어. 바닷가 모래사장부터 수심 9000m에 이르는 깊은 바닷속에 이르기까지, 몹시 추운 극지방에서 무더운 열대지방에 이르기까지 사는 곳도 다양하지. 울퉁불퉁하게 생긴 해면은 몸에 구멍이 많아. 움직이지 않고 바위에 딱 달라붙어 있거나 깊은 바닷속 진흙 펄에 박힌 모습을 보면 마치 식물 같지만, 신기하게도 동물이야. 구조가 아주 단순한 동물이지. 단순하다고 얕보지 마. 해면은 지금으로부터 4억~5억년 전 이 지구에 나타났으니까. 고생대 캄브리아기 때의 해면 화석이 발견되었거든.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아니? 우리나라만 해도 20종류쯤 살고, 지구상엔 대략 1만 종류의 해면이 산단다. 해면은 단순한 동물이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해면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다만, 해면을 채집할 때 물 밖으로 건져 내면 곧 죽는다는 걸 꼭 알아두렴.



박윤선·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