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탐방
산꼭대기의 '공중 도시', 361t짜리 돌로 궁전·도로까지 지었답니다
[4] 페루 마추픽추
최근 연예인의 해외 배낭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에서 페루가 소개되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어요.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페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면적은 우리나라의 12배를 넘으며(128만5216㎢), 수도는 리마예요. 국토는 해안 지대와 안데스산맥 지대,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우림 지대로 구성되었고, 인종은 원주민인 인디오와 혼혈인 메스티소, 서양인, 아프리카인, 동양인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페루 남부의 쿠스코 지역은 15세기에 태양의 제국으로 널리 알려진 잉카 제국이 들어서며 전성기를 누렸어요. 하지만 1532년 고작 200명도 안 되는 에스파냐군의 침략으로 잉카 문명은 철저히 파괴되었지요. 총과 기마병을 앞세운 에스파냐군은 수많은 원주민을 학살하였고, 천연두·홍역 등의 전염병을 옮겨 이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던 원주민의 90% 정도를 죽음으로 몰고 갔어요. 잉카인들은 이후 300년 동안 에스파냐 총독의 지배를 받으며 가혹한 착취와 노동을 강요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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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발 2450m의 산 정상에 세워진 마추픽추 모습이에요. 발견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도시 건설 시기나 용도 등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Corbis/토픽이미지
하지만 이러한 에스파냐의 침략에도 살아남은 잉카 문명이 있었어요. 바로 쿠스코 지역의 북서쪽 우루밤바 계곡에 잉카인이 세운 '마추픽추'라는 도시 유적이랍니다. 페루 원주민의 언어로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마추픽추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세워졌지요. 그 아래에는 우루밤바 강이 휘돌아 흘러서 오직 공중에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 도시'라고도 불려요.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지요.
잉카인들은 바위산에서 잘라낸 수십t이 넘는 돌을 해발 2450m에 자리한 마추픽추 정상까지 날라서 도시를 세웠어요. 가장 큰 돌은 높이가 8m가 넘고, 무게는 361t에 달한다고 해요. 잉카인들은 이런 돌을 날라 여러 신전과 궁전, 중앙 광장과 주택을 지었으며 도로와 배수로를 만들었어요. 당시 건축기술이 어찌나 정교했는지, 맞물린 벽돌 사이로 종이 한 장이 안 들어갈 정도랍니다. 또한 그들은 가파른 산을 깎아서 100단이 넘는 계단식 경작지를 만들어 감자·옥수수를 재배하고 라마를 키우며 살았어요.
그런데 고도의 문명을 누리던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16세기 후반에 마추픽추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마추픽추는 그렇게 300여년 동안 잊혔다가 1911년 미국의 고고학자 하이럼 빙엄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어요. 하지만 발견된 지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잉카인들이 왜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는지, 이곳이 왜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비밀은 풀리지 않았지요. 잉카인들은 노끈의 색깔과 매듭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듭 문자를 사용하였는데, 이 문자가 체계적이지 않은 데다 해독도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수많은 의문으로 가득한 마추픽추. 언젠가는 그 수수께끼가 풀려 태양의 제국 잉카의 참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1분 상식] '메스티소'란 어떤 사람을 말하나요?
메스티소는 에스파냐계 백인과 중남미 원주민인 인디오의 혼혈 인종을 말해요. 메스티소는 유럽 열강의 침략 역사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지요. 15세기경부터 신항로를 개척한 유럽인은 고유 문명을 꽃피우며 살아가던 아메리카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어 약탈했답니다. 그 과정에서 혼혈인이 급격히 늘었지요. 에스파냐는 식민 지배를 위해 인종에 기반을 둔 계급제도를 만들고, 에스파냐 출신과 다양한 혼혈인, 원주민, 흑인 등을 구분해 통치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