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지구 탄생의 비밀… 혜성 탐사로 알 수 있어요

입력 : 2014.11.18 05:35 | 수정 : 2014.11.18 08:57

혜성은 태양계 만들어질 때부터 생겨 지구의 역사 밝힐 중요한 단서 되죠
총알보다 50배 빠른 속도 가진 혜성… 지구·화성 중력 도움 받아 추격해 로제타 탐사선이 착륙에 성공했어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탐사 로봇이 착륙했습니다."

지난 13일 새벽, 과학계에 역사적 사건이 있었어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탐사 로봇이 착륙한 것이지요. 과학계는 이번 탐사에서 태양계와 지구의 역사를 밝힐 단서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실은 이번 탐사에 1조7800억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었으며, 탐사선을 우주에 띄운 것은 무려 10년 8개월 전인 2004년 3월이라는 것이에요. 과학계는 왜 이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혜성 탐사에 투자한 것일까요?

혜성은 얼음이나 먼지, 암석이 섞인 덩어리로, 태양이나 질량이 큰 행성 주변을 돌아요. 하지만 지름이 수㎞에서 수십㎞ 정도로 작고, 움직임도 보통 행성과 달라서 타원 또는 포물선 궤도를 그리지요. 혜성의 가장 큰 특징은 태양과 가까워지면 긴 꼬리 모양이 만들어진다는 점이에요. 태양에서 전달되는 열로 표면이 증발하면서 태양 반대쪽으로 꼬리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이러한 혜성이 태양계 형성 초기부터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고 있어요. 즉 혜성은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간직하였기 때문에 혜성을 연구하면 태양계와 지구의 생성에 대한 비밀을 밝힐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과학계가 혜성 탐사에 왜 그렇게 큰 비용과 시간을 들였는지 알겠지요?

[재미있는 과학] 지구 탄생의 비밀… 혜성 탐사로 알 수 있어요
/그림=정서용
과학자들은 혜성 탐사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혜성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데다 크기가 작아서 중력도 작기 때문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기가 매우 어려워요. 또한 지구와 가까워질 때는 태양과도 가까워져 표면에서 수증기와 먼지를 뿜어내고, 태양과 멀어질 때면 지구와도 너무 멀어져 탐사가 어려웠지요. 더구나 태양과 멀어지면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는 탐사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오랜 시간 여러 혜성의 움직임을 관찰한 끝에 탐사에 적합한 혜성을 찾아냈는데, 그 혜성이 바로 이번에 탐사 로봇 '필래'가 착륙한 '67P 혜성'이랍니다. 67P 혜성은 공전주기가 6.5년 정도로 짧고, 태양과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근일점·近日點)가 길거든요. 공전주기가 짧다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혜성의 전체 움직임을 연구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또한 근일점이 멀수록 태양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탐사선을 접근시키는 데 유리하고요.

하지만 67P 혜성은 총알보다 50배나 빠른 속도(초속 18㎞)로 움직여요. 이런 속도를 탐사선 힘만으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요. 물론 로켓 엔진을 이용하면 가능하지만 그러려면 엄청나게 많은 연료가 필요하답니다. 놀랍게도 67P 혜성에 도착한 로제타 탐사선은 로켓을 쓰지 않았어요. 로켓을 사용하지 않고도 빠른 속도를 낸 비밀은 '중력(重力)'에 있습니다. 높은 데서 떨어뜨린 물체일수록 땅에 떨어질 때 속도가 빠르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알지요? 지구가 당기는 힘, 즉 중력이 물체가 떨어지는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에요.

로제타 탐사선은 지구의 중력권에 들어가 중력을 받아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바꿔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속도를 냈어요. 이것을 '중력 도움(gravity-assist)' 또는 '스윙바이(swingby)'라고 해요. 다만 중력권에 너무 깊이 들어가면 행성 중력에 붙잡힐 수도 있으므로 살짝 지나치기만 해야 하지요. 화성 근처에 다다랐을 때는 화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증가시켰고요. 로제타 탐사선은 이러한 방법으로 시속 6만6000㎞라는 빠른 속도를 얻어 67P 혜성을 추격했어요. 문제는 혜성을 추격할수록 점점 태양과 멀어진다는 점이었지요. 로제타 탐사선은 태양에너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혜성에 도착하고도 탐사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2011년 6월부터 2년 7개월간 로제타 탐사선은 모든 장치의 작동을 정지하고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이동했답니다. 우주 공간은 진공에 가까워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그리고 2014년 1월 잠에서 깨어 'Hello, World!'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67P 혜성을 추격한 끝에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에요.

[재미있는 과학] 지구 탄생의 비밀… 혜성 탐사로 알 수 있어요
/그림=정서용
67P 혜성은 지름이 4㎞밖에 되지 않아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약해요. 그래서 탐사 로봇이 착륙하려면 치밀한 계산과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지요.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과 22.5㎞ 떨어진 높이에서 무게 100㎏의 탐사 로봇 필래를 떨어뜨렸는데, 필래에는 머리 위쪽에 다양한 방향으로 분사할 수 있는 로켓이 달려 떨어지는 속도와 방향을 컴퓨터로 제어하며 안전하게 혜성 표면에 착륙할 수 있었어요. 필래에는 360도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혜성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장치, 혜성 표면을 뚫는 장치 등이 장착되었고요.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 주위를 돌며 필래가 얻은 정보를 지구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우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은 과학기술을 눈부시게 발전시켜 드디어 혜성에 탐사 로봇까지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여러분 중에도 '우주 과학자'를 꿈꾸는 친구가 있다면,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망을 갖길 바라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을 테니까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태양계와 별'


[함께 생각해봐요]

혜성 외에 다른 천체인 항성·행성·소행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세요.

해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로, 흔히 '별'이라고 불러요. 태양이 바로 항성이지요.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며 일정한 궤도로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예요.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이 있지요. 흔히 '지구는 푸른 별'이라고 말하는데, '지구는 푸른 행성'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소행성은 행성의 기준에 들지 못할 정도로 작고 일반적인 행성의 공전궤도와 다르게 공전하는 천체를 의미해요. 태양계 아홉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지난 2006년 소행성으로 분류되었어요.

조영선 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