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신중히 선택하라, 너의 결정에 후회없도록
입력 : 2014.11.05 05:38
| 수정 : 2014.11.05 08:51
[39]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사랑·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던 주인공, 욕망을 악하게 보고 자제하는 삶 선택… 결국 종교 따랐지만 쓸쓸히 세상 떠나
앙드레 지드, 엄격한 금욕주의로 인한 자기희생의 허무함 비판했어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지요. '저녁 외식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같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어떤 학과에 지원할까' 같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삶의 방향을 바꿀 만한 선택을 여러 번 해야 하는 시기예요. 그래서 자신을 잘 파악하고, 미래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요. 오늘 함께 살펴볼 소설 '좁은 문'에 나오는 제롬과 알리사도 사랑과 종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롬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았어요. 그런데 건강이 나빠져 외삼촌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게 되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두 살 위인 외사촌 알리사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알리사도 제롬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그와 결혼하기보다는 종교 안에서 살아가는 경건한 삶을 선택하지요.
제롬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았어요. 그런데 건강이 나빠져 외삼촌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게 되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두 살 위인 외사촌 알리사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알리사도 제롬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그와 결혼하기보다는 종교 안에서 살아가는 경건한 삶을 선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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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인간의 영혼이 행복 외에 무엇을 더 바란다는 거야?"
"성스러움…."
'좁은 문'을 쓴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도 책 속 제롬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어요. 지드는 어머니의 엄격한 종교교육과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청교도적 금욕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금욕주의란 사람의 욕구나 욕망을 악한 것으로 보고,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칼뱅의 종교개혁 이후 이러한 금욕주의가 유럽에 널리 퍼졌지요. 특히 1564년 이래로 영국 성공회에 대항해 생겨난 청교도들은 더욱 엄격한 생활윤리를 만들어 지켰어요. 이러한 성장 배경을 가진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의 제롬과 알리사에게 자기 모습을 투영하였다고 해요. 작품 속에서 알리사가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삶을 택한 것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제롬이 종교적 생활을 하는 데 자신이 방해가 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롬과의 사랑을 택하기보다 종교를 따르는 길 속에서 행복에 이르고자 한 것이에요.
"교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알리사는 나보다 몇 자리 앞에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만을 보았다. 나는 너무나 열심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목사님의 말씀도 마치 그녀를 통해서 듣는 것 같았다. 목사님은 먼저 전 구절을 다 읽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매우 좁기 때문에 찾는 이가 적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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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작가인 앙드레 지드는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청교도적 금욕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Corbis 토픽이미지
#이야기
현대 미국 시인 중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꼽히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에도 선택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습니다. 시의 일부를 만나볼까요?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 (중략)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프로스트는 실의에 빠진 20대 중반에 이 시를 썼어요. 숲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의 길을 보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떠올리며 이 시를 썼다고 하지요. 이 시의 내용처럼 우리는 두 갈래 길을 모두 가볼 수 없습니다. 두 갈래의 길, 넓은 문과 좁은 문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여러분은 어떤 길로, 혹은 어떤 문을 선택할 것인가요?
우리 인생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흘러갑니다. 이 소설에 나온 '좁은 문과 넓은 문'은 종교적 의미를 갖지만, 우리 삶에 다른 의미로 적용해 볼 수도 있어요. 어렵지만 매일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력 없이 요행만 바라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노력 없이 얻은 것은 쉽게 우리 곁을 떠납니다. 이와 달리 매일 꾸준히 노력하여 쌓은 실력은 결코 한순간에 사라지는 법이 없고요. 그래서 우리는 어렵더라도 노력하는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에요. 여러분도 자기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신중하게 생각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전문을 찾아 읽어 보고, 우리가 인생에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