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가을에 가장 바쁜 곤충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벌레의 모습 갖춘 '불완전변태' 거쳐 성장하는 메뚜기
자손 낳는 가을엔 특히 바쁘게 움직여…
움츠렸던 뒷다리 펴면서 점프하면 몸길이의 30배 거리도 뛸 수 있어요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가을 논은 무척 아름다워요. 매년 이맘때면 농부들은 일년 내내 정성 들여 기른 벼를 수확하느라 바삐 움직이지요. 그런데 논에서 추수가 시작될 무렵, 농부만큼 바쁘게 돌아다니는 곤충이 있어요. 바로 '메뚜기'예요. 예전에는 가을 들판에서 메뚜기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많은 농지가 주택가나 상업·공업 단지로 바뀐 지금은 메뚜기 개체 수도 많이 줄어서 직접 보기 어렵답니다. 1960~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농약을 많이 사용하면서 메뚜기가 멸종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어요. 그럼 메뚜기는 어떤 특징을 가진 곤충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메뚜기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몸이 머리·가슴·배 세 부분으로 나뉘며, 세 쌍의 다리를 가졌어요. 다리는 모두 가슴에 붙어 있고요. 앞날개와 뒷날개가 한 쌍씩 있는데, 날개와 비교하면 몸이 크고 무거워서 비행 거리가 짧은 편이에요. 하지만 수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날아가는 종류도 있어요. 메뚜기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보통 다리를 이용해 점프해요. 다리의 힘만으로도 자기 몸길이의 20~30배 거리를 뛸 수 있을 정도로 점프를 잘하지요. 이것은 사람으로 볼 때, 30~60m 정도의 거리를 한 번의 점프로 이동하는 놀라운 능력이에요. 사람이 이 정도로 멀리 점프할 수 있다면 웬만한 도로는 한 번의 도약으로 건널 수 있어서 횡단보도가 필요 없을 거예요.
- ▲ 그림=정서용
그런데 이런 메뚜기보다 훨씬 점프를 잘하는 곤충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벼룩이에요. 벼룩은 자기 몸길이의 100배 이상 뛰어오를 수 있지요. 또한 메뚜기는 크고 무거운 몸 때문에 쉽게 지쳐서 연속으로 점프하기 어렵지만, 벼룩은 잘 지치지도 않는다고 해요. 벼룩이 72시간 동안 한 시간에 600회씩 쉬지 않고 점프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곤충의 능력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초능력이나 다름없어요.
메뚜기가 가을에 바빠지는 이유는 메뚜기는 성체(成體·어른벌레)의 모습으로 겨울을 지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가을에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는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요. 메뚜기는 땅속에 꼬리를 꽂고 알을 낳아요. 땅속은 추위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알 상태로 겨울을 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듬해 5~7월경 부화하여 밖으로 나온답니다. 나비나 벌 등은 성체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알에서 부화하지만, 메뚜기는 크기만 아주 작을 뿐 모습은 성체와 비슷해요. 그리고 나비나 벌의 애벌레가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체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과 달리, 메뚜기는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으며 그 모습 그대로 성장하지요. 메뚜기와 같이 성장하는 과정을 생물학에서는 '불완전변태'라고 해요. 나비나 벌처럼 모습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완전변태'라고 하고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메뚜기라고 부르는 건 다양한 메뚜기 종류의 일부일 뿐이에요. 우리가 메뚜기와 구분하여 생각하는 귀뚜라미·꼽등이·땅강아지 등도 분류학상 '메뚜기목(目)'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은 모두 메뚜기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중 벼메뚜기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메뚜기'라고 하면 벼메뚜기를 의미하게 된 것이에요.
최근에 과학계에서는 곤충을 미래 인류의 주요 식량으로 꼽기도 했어요. 징그러운 곤충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눈살을 찌푸리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사실 메뚜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중요한 단백질원이었다고 해요. 메뚜기를 비롯한 많은 곤충은 육류보다 더 질 좋은 단백질을 가졌다고 하지요. 게다가 동물성 지방(불포화지방)이 없고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풍부하여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쉬운 현대인에게는 안성맞춤인 식품이에요.
또한 소·돼지 등을 키울 때는 사료비, 배설물 처리,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뒤따르지만, 곤충은 번식력이 좋아 서식 환경만 마련하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요.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곤충을 식용으로 즐기며, 식용 곤충의 인기도 가파르게 높아지는 추세예요. 겉모습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곤충을 갈아 넣은 음식도 속속 개발되고요.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는 이미 누에의 애벌레인 번데기를 즐겨 먹는 사람이 많아요. 사실 새우도 생김새만 보면 메뚜기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즐겨 먹지요. 곤충에 대한 선입견만 버린다면 메뚜기도 새우처럼 우리에게 인기 있는 식품이 되지 않을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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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꼽등이는 곤충이지만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해요. 대신 높이 점프할 수 있지요. 밤에 주로 활동하며 습기가 많은 어두운 곳에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거나 죽은 생물을 먹습니다. 귀뚜라미는 특유의 울음소리 때문에 ‘가을의 음악가’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요. 이 울음소리는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이지요. 주로 땅굴에서 사는 땅강아지는 날개가 작아 퇴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날아다닐 수도 있어요. 앞다리는 땅을 잘 팔 수 있도록 넓적하게 발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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