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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량 지키기 위해… 80만여 종의 씨앗 보관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입력 : 2014.11.03 05:29 | 수정 : 2014.11.03 09:07
사진 속 마을은 북극권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의 롱이어비엔(Longyearbyen)입니다. 북극점에서 불과 130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요. 정기 운항 여객기로 갈 수 있는 최북단 마을이에요. 지난 2008년 이 마을에 전 세계 다양한 식물의 씨앗을 보존하는 '국제종자저장소'가 들어섰습니다. 국제종자저장소는 영구동토층(지층 온도가 연중 0도 이하인 곳)의 산을 뚫어 만들기 때문에 내부 기온이 항상 영하 18도로 유지돼요. 그래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더라도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지요.

현재 세계 각국이 제공한 80만여 종의 씨앗을 무료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셈이에요. 그런데 우리에게 왜 이런 저장소가 필요할까요?

미래 식량 지키기 위해… 80만여 종의 씨앗 보관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한성필 사진작가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지난 100년간 곡물의 종 다양성이 75%가량 떨어졌으며, 2050년에는 현재 재배되는 작물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원래 곡물이나 과일의 품종은 수백 가지가 넘지만, 농업이 기업화·세계화 양상을 띠면서 점차 인간이 재배하기 쉬운 품종만 번식시켰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지금 재배되는 품종에 병충해나 질병이 발생하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품종은 곧장 멸종 위기에 놓입니다. 지난봄 바나나 전염병이 생기자 과학자들이 바나나의 멸종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도 바나나가 단일 품종으로 재배되어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국제종자저장소는 농업용 식물 종자의 다양성을 유지하며, 기후 급변이나 홍수·지진·화산 폭발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최후의 날 저장소(Doomsday Vault)'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인류 미래에 대한 절망과 희망의 두 얼굴을 모두 가진 곳이지요. 최근 우리나라 강원도 평창에서는 제12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어요. 160여개국 대표단이 모여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명한 이용 등에 대해 논의하였지요. 생물다양성 파괴는 결국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됩니다. 인류가 지구 환경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이지요. 그래야 '미래의 보험'으로 만든 국제종자저장소가 실제로 쓰이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김옥선 용인 흥덕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