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참고 기다리며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38] 정호승 '항아리'
볼품없이 태어나 방치당하던 항아리
오줌독 신세 되어도 계속 큰 꿈을 품어 종소리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 맡아요
지금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지 말고 분명한 목표의식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장수(長壽)의 비결'을 연구하였는데, 뚜렷한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나이에 관계없이 삶의 방향성을 찾는 것은 장수에 도움이 되며, 이를 빨리 찾을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진다고 합니다. 단순히 오래 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왜 그 일을 하는지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목표 없이 출항한 배가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좌초하듯이, 우리 인생도 목표 의식이 없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 쉬우니까요.
오늘 우리가 살펴볼 작품의 주인공은 '항아리'예요. 항아리는 독 짓는 젊은이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되었지요. 하지만 서툰 솜씨로 만들어진 항아리의 모양에 젊은이는 크게 실망하였어요. 볼품없는 항아리는 뒷간 마당에 방치되었다가 결국은 잊히고 맙니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소중하게 쓰이길 바랐던 항아리는 만든 사람에게조차 버려졌다는 생각에 무척 괴로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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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그러던 어느 날, 젊은이는 갑자기 방치했던 항아리를 찾아 모가지만 남긴 채 땅에 묻었습니다. 항아리는 자신이 드디어 쓰임새 있는 존재가 되었다며 기뻐하지만, 곧 자신을 오줌독으로 쓰기 위해 땅에 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항아리는 이런 자신의 신세에 한없이 처량함을 느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뒷간 마당에 방치되었을 때보다는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오줌을 모아 만든 거름으로 배추가 싱싱하게 자라도록 도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겨우 오줌독이 되려고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다른 무언가가 되기를 갈망해요.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고 독 짓는 젊은이도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항아리는 여전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꿈꾸었어요.
"이번에야말로 오줌독 따위가 아닌, 아름답고 소중한 그 무엇이 되기를 간절히 열망했습니다. 사람의 일생이 어떠한 꿈을 꾸었느냐 하는 그 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면, 나도 큰 꿈을 꿈으로써 내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마터에 제법 큰 절이 세워졌고 그곳에 종이 달렸습니다. 사람들은 그 종소리가 울림이 없고 탁해서 아름답지 않다고 하였어요. 절의 주지 스님은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 수 있을지 고심하다가, 우연히 항아리를 발견하고는 종 밑으로 옮겨 묻었습니다. 그러자 종소리가 항아리의 몸 안에 들어와 숨을 토하듯 한 바퀴 휘돌아 나가며 맑고 고운 소리로 변하는 게 아니겠어요? 항아리는 그제야 자신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참고 기다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또한 자신이 어느 때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이 작품을 쓴 정호승 작가는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어요.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면서 문학계에 등단하였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와 동화집 '바다로 날아간 까치' '항아리' 등이 있지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면을 따뜻한 시각과 감성으로 바라보며, 산업화 등을 거치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는 작품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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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 작가는 ‘항아리’를 통해 어떤 꿈을 꾸며 노력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어요. /한준호 기자
여러분은 마음속으로 '내가 좀 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혹은 '외모가 남들보다 빼어났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지금 자신의 처지나 형편을 집안 환경 탓으로 돌리며 꿈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요? 정호승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볼품없이 태어난 항아리조차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일생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일깨우지요.
#이야기
여러분은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베스트셀러인 '아웃라이어(Outliers)'의 저자 말콤 글레드웰이 한 말이에요.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1만 시간 동안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일을 1만 시간 동안 하려면, 매일 약 3시간씩 10년간 꾸준히 해야 하지요. 하지만 이 '1만 시간'이란 단순히 시간만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포함하는 말이지요. 이러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질 때 우리의 삶도 성숙하고 가치 있게 변할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지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즉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지요. 청소년들은 흔히 좋지 않은 학교 성적이나 외모를 비관하며 자신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볼품없는 항아리도 결국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었듯, 여러분 각자에게도 중요한 역할과 가치가 있어요. 다만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 기다림이 필요하답니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거나 좌절하기에 앞서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를 되돌아보세요. 꿈을 향한 '1만 시간의 노력'을 시작한다면, 어느 순간 여러분이 꿈꾸던 모습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이 지금부터 1만 시간을 투자하여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 보세요.